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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Nov 21. 2020

눈치싸움

게임시간 5분이 달렸다! 



눈치 싸움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간에 눈치를 보아 가며 벌이는 다툼을 말한다.

금요일.

주 중에는 대부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가족이라 금요일 밤은 정말 "Friday Night"이다. 좋아하는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으며 거기에 평소에 먹지 않은 야식까지 먹을 수 있으니 열 살 이에게는 매주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다. 


저녁을 먹고 요즘 즐겨 보고 있는 신서유기를 기다리며 둘러앉았다.

열 살 이가 게임앱이 설치된 있는 패드를 가져오더니 "엄마 로그인 좀 해줘요. 오늘 뭐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요"

로그인을 해주었지만 이벤트가 아니라 결국 게임머니가 있어야 하는 이벤트였다. 게임을 하면서 비용을 지출하지는 않는 터라  열 살이는 아쉬운 마음에 이런저런 게임 메뉴를 눌러본다.

열 살 이가 요즘 푹 빠져 있는 게임은 '마구마구'라는 야구게임이다. "엄마. 여기 보니까 홈런만 치는 게임도 있네" 그러더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게임을 클릭하더니 홈런치기를 시작했다.

이번 주 게임시간은 이미 소진한 터, 한참을 두고보다 "게임하는 거야?"라고 했더니 얼른 꺼버린다.


눈치싸움의 서막


낮에 잠깐 나가 친구를 만나고 오더니 "엄마 친구 J는 두 시간으로 시간이 늘었고, S는 엄청 많이 한데"라고 말한다."그랬구나. 그래서 친구들 처럼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말하는 거야"


지난번 휴대폰 몰래 본 이후로 게임에 대한 욕구가 요즘 전세값만큼 하루가 다르게 쉴세 없이 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더는 그냥 묵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요즘 잘 되고 있는 '대화를 하지 마시고 소망을 말하세요'를 시작했다. 나 스스로에게  아주 아주 강력한 자기 최면과 마법을 동시에 건다.

"열 살이, 아까는 왜 갑자기 게임을 했어?" 열 살 이는 말을 못 하고 입만 삐죽거린다.

그러더니 눈물도 뚝뚝. 콧물도 훌쩍거린다. 우리 열 살이는 아직도 잘 우는 형아다.


이때다. 눈치 빠른 소룡이는 작전을 개시한다. 조용히 책을 꺼내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 우아함을 담아 책을 읽는다. 오빠가 야단맞을 때 하는 행동이다. 그러면서 주변 정황을 살피며 오빠에게 휴지를 가져다 줄 타이밍이살핀다. 


열 살 이에게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였지만 혼이 날까 말을 못 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의 내가 그랬다. 화도 잘 내고, 혼도 많이 냈었다. 열 살 이의 사춘기가 오기 전에 나의 잘못된 훈육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터라 차분히 이야기를 끌어냈다.

아빠가 말했다. "아빠는 너랑 친구같이 지내고 싶어. 그러니까 속에 있는 말을 해주면 좋겠어"

내가 보탰다."열 살이 아빠 엄마는 무슨일이 있든 너의 편이 되어 줄 수는 있어. 그런데 네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도와줄 방법이 없어.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 속으로 힘들어 하지 말고 언제든 아빠 엄마에게 말해주면 좋겠어" 바로 이것이다. 오늘도 소망을 말하는데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다. 사실 속에서는 부글부글 용암이 끓어 화산이 곧 터질 듯했지만 전혀 아닌 듯 티도 내지 않고, 평소의 나는 없어진지 오래고 차분함과 소망적인 대화를 이어 나갔다.


눈치싸움의 위기


여기서부터는 이제 싸움이다. 바로 눈.치.싸.움.

"엄마 생각엔 열 살 이가 요즘 게임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 원하는 게임 시간을 말해볼래"

울음 그치는데 곶감은 저리 가라다. '게임시간'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울음을 뚝 그친다.

"한 시간 십오 분으로 늘려주세요"

나는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래? 좋아 그럼 한 시간 십오 분으로 하자". "그리고 정말 게임하고 싶어 못 참겠으면 그때는 이야기를 해"

열 살이가 갑자기 개미 소리로 "이십 분으로 늘려주세요"라고 말한다. 

게임시간 15분의 협살이 타결될 쯤 열 살 머리속에는 '아 오분 더 쓸걸' 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속으로는 예전 개그맨 유행어처럼 "자이 자이, 자슥아"라고 나와야 하는데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닌 마법에 걸린 소망을 말하는 엄마임으로 조금은 단호하게 말했다.

"요즘 게임 끄는 시간이 5분, 10분 더쳐지는 걸 봐서 20분으로 늘려주면 끄는 데까지 30분이 넘을 것 같아. 1시간 15분 약속을 잘 지키면 5분은 그때 생각해보자"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 살 이와 나의 눈치싸움은 아주 전투적이었으면 누구의 승리도 예측될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나에게는 성격과 아주 다른 두 명의 언니들이 있다.

고3 조카가 있는 큰언니가 말한다. "그렇게 게임 좋아하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 그것도 지나면 재미없다고 안 하더라고"라고 말했지만, 그건 나보다 4년이나 인생을 더 살고 아이가 곧 성인이 되는 우리언니의 말일 뿐이다.내 아이에게 발생되는 대부분의  일들을 순서도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아이를 키우는데 언제나 초보같은 나는 조카의 성장을 아주 가까이에서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처음 일어나는 일은 대단한 사건처럼 여겨진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안 하던 일은 반듯이 하고 지나간다고들 한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캐릭터 옷을 안 입은 애들은 초등학교 가서도 캐릭터 옷을 그렇게 입는다고 한다. 그 단계는 마치 누군가 정해놓은 법칙처럼 대부분이 한번씩은 하고 지나가는 일들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코로나로 학교가 닫히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부모들의 고민은 커졌다. 그중 쉽게 해결하기도 어렵고 해결되지도 않은 온라인게임 문제가 사회적으로 그리고 부모들 사이에서도 아주 큰 이슈다. 엄마들은 아이가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손에서 휴대폰 게임을 놓지 못한다며 '프로게이머가 될 모양인 것 같다'. '게임하는 게 보기 싫고 그 일로 자꾸 부딪히니 차라리 내가 나가는 게 낫다'며 밖으로 나온다는 부모도 있었다. 부쩍 학교에서 오는 가정통신문도 게임중독에 관한 교육자료나 온라인 교육도 많은 걸 보면 코로나와 만만치 않게 부모들은 온라인 게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눈치싸움의 결말

 

누구나 싸움의 승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식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부모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내 아이를 조금 더 건강하게 지켜내고 싶은 부모의 바램이 담긴 눈치싸움정도로 생각하고싶다. 

오늘 우리 집의 눈치싸움의 승자는 내가 되었고 오늘의 소망적이 대화는 평소에 나와 달리 화를 모르는 남편에게 칭찬받을 만큼 성공적이었다. 오늘은 어쩌면 열 살이 보다 내가 칭찬받아야 마땅한 날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오늘 또 한 가지를 경험하고 고민하며, 언제나 내 아이에게 소망을 말하고 싶은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바람을 가져본다.


열 살 이에게 게임에 대한 길잡이를 잡아주고 싶어 게임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다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아래 기사를 싣는다. 2018년 칼럼이긴 하지만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나도 주 1회 1시간 15분 게임을 하는 열 살 이와 내가 함께 아래 같은 방법으로 우리집만의 '감정 노트'를 만들어 쓰면 좋을 것 같다. 솔직하게 작성한다고 믿고 말이다. 






‘스스로 게임 조절’의 성취감을 가르치자

                                     

매일 게임만 하고 있고, 한 번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아이를 대할 때 부모는, 우선 ‘게임을 절대 못하게는 못 한다’라는 전제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이 하나의 큰 놀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세상이 변했고 어쩔 수 없다. 그것을 너무 부정적으로 인식하면 결국 아이들과의 소통의 길이 막혀 버린다. 엄마가 학창 시절 친구와 밤새 전화하다가 혼났던 것과 비슷하다. 엄마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빠가 술을 줄인다고 약속해 놓고 매번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게임을 오래 한다는 이유로 아이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 등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게임을 조절할 수 있게 가르치긴 해야 한다. 게임중독인 아이가 찾아오면 나는 이렇게 한다. 일단 게임은 집에서만 한다는 원칙을 정한다. 그리고 아이한테 “조금은 줄여야 돼. 그건 동의하니”라고 묻는다. 아이가 “네”라고 대답하면 “평균을 내어 보니까 네가 게임하는 시간이 4시간이라고 하더라. 어느 정도로 하면 네가 지킬 수 있을 것 같니? 네가 지킬 수 있는 선으로 네가 정해 봐.” 아이가 “2시간요” 하면 나는 “더 써. 내가 보기엔 그건 안 될 것 같아.” “2시간 반요?” “아니야, 더 써.” “그럼 3시간 반요?” “3시간 40분 정도가 좋지 않겠어?” “아니에요. 3시간 반은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자신이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을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에게 자신의 게임시간 통제권을 주는 것이다. 아이의 게임시간을 부모가 통제하거나 지키지 않았을 때 부모가 처벌하는 식이면 아이는 절대로 좋아지지 않는다. 아이 자신이 ‘에이, 못 지켰네’라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자신이 켜고 자신이 끄게 해야 한다. 게임시간을 얼마나 줄일지 결정할 때도 주체는 반드시 아이가 돼야 한다. 그래서 처음 이야기를 꺼낼 때도 “너 게임시간 좀 줄여. 앞으로 1시간 이상 안 돼”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반사적으로 “왜요?”라고 반항하게 된다. “좀 줄일 필요가 있지 않겠니”라고 물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좀 그렇긴 하죠”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아이가 게임시간을 스스로 정한 후에 엄마를 그 자리로 부른다. 그리고 엄마와 아이에게 절대 조급해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2주 정도 있다가 다시 오라고 하면서 “2주 동안 3시간 반만 해 봐. 원장님이 엄마와 너한테 똑같이 숙제를 내줄 거야” 하면서 엄마와 아이에게 날짜가 쭉 적혀 있는 차트를 각각 준다. 그 차트에 3시간 반 만에 컴퓨터를 껐으면 ‘○’, 그렇지 못했으면 ‘×’, 짜증을 내면서 껐으면 ‘△’로 표시하도록 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체크하고 서로 체크한 것을 가지고 “엄마는 ‘×’인데 너는 ‘○’라고 했어?”라고 싸우지 말라는 말도 해둔다. 그냥 각자 체크만 해서 가져오도록 한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엄마가 “원장님, 얘는요, 꼭 우기거든요.” 그러면 엄마가 보기에 아이가 게임을 시작한 시간과 끝내는 시간을 적으라고 한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로 그 시간을 적으라고 한다.


2주 후에 만나면 아이는 숙제를 안 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건 네가 좀 노력을 해야 하는 거야. 다음에는 꼭 해와” 하면서 다시 돌려보낸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번에는 좀 표시를 해온다. 이렇게 2주씩 하다 보면 ‘○’이 조금씩 늘어간다. 1개 있던 동그라미가 3, 4개만 돼도 칭찬해준다. “야 4번이나 있구나. 많이 노력했네. 오케이, 그게 중요한 거야.” 그리고 다음번에 올 때까지는 계속 3시간 반을 할 것인지, 시간을 조금 더 줄일 것인지를 묻는다. 아이가 그냥 3시간 반을 한다고 하면 그러라고 한다.


게임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이렇게 천천히 진행해야 가능하다.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스스로 조절 능력을 기르려면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높여야 한다. 그게 게임중독인 아이를 다루는 원칙이다. 보통 아이들의 적당한 게임시간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TV, 인터넷, 스마트폰 채팅, 게임하는 시간 등을 합쳐 하루에 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고등학생은 학습량이 많기 때문에 하루에 1시간을 넘으면 곤란하다. 일주일에 21시간을 넘으면 대뇌 신경계 발달에 심각할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리고 유아기는 컴퓨터 게임을 완전히 차단시켜야 한다. 애초부터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처음에는 좀 떼를 부리겠지만 그 대신 부모가 재밌게 놀아주면 며칠 지나면 싹 잊어버린다. 그래도 어릴 때는 부모가 잘 놀아주는 것으로 가능한 편이다.


부모 마음 아이 마음〈67〉'스스로 게임 조절' (동아일보, 2018),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 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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