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들하고 모두 같은 반이 되었어요. 그런데 누구랑 놀아요?
3학년 마지막 학교 가는 날이다. 주니(열한 살이)는 한껏 들 떠 있다.
"엄마, 다른 애들이 그러는데 오늘 반 편성 알려준데. 친한 친구들하고 같은 반 되면 정말 좋겠다. 왠지 느낌이 좋은 게 다 같은 반 될 것 같아"
"원래 제일 친한 친구들하고는 같은 반 되기가 쉽지 않던데, 같은 반 안되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조심히 잘 다녀와" 매년 반 편성할 때마다 친구들하고 같은 반이 안되서 아쉬워하길래 위로 예고편을 해주었다.
주니는 성격이 좋은 편이다. 잘 웃고 긍정적이며 밝은 에너지가 많은 편이다. 새로운 곳에서도 새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상담 때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 생활을 잘한다는 말을 늘 듣는다. 그래서 새 학기가 되어도 친구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신이 났다. "엄마, 선생님이 나눠주신 생활기록표 보지 말라고 했는데 반에서 나오면서 친구들하고 다 열어보고 무슨 반인 줄 알았어"
"선생님께서 열어보지 말라는 걸 왜 보냐!"
"무슨 반 인지만 봤지, 그런데 엄마 나 친한 친구들이랑 다 같은 반이 되었어, 어쩐지 오늘 느낌이 좋았어"
듣고도 못 믿고, 보고도 못 믿을 이야기였다. 유치원 때부터 그렇게 원하던 같은 반이 안되더니 4학년에 모두 같은 반이 되었는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정말 오늘은 주니에게 운수 좋은 날 인가?
그런데 갑자기 주니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런데 엄마, 누구랑 놀지?'
아차! 싶다. 같은 반 이 된 친한 친구들은 모두가 함께 어울렸던 친구는 아니다. 주니가 친구 셋과 친할 뿐 셋 이 친한 사이는 아니다. 성격도 셋 다 다르다. 주니는 이내 고민에 빠졌다.
"셋이 다 같이는 못 놀 것 같은데 그럼 난 누구랑 놀아야 해?" 또 묻는다.
"이번 기회에 셋 다 친구가 되면 되지?, 놀다 보면 다 놀게 돼 있어"라며 정답인 양 말해 놓고 친구 셋의 성격을 알고 있는 나는 어쩜 어려운 일이겠다 싶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우리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신적이 없었다. 그때도 여전히 친구와 어울리는 못하는 아이들은 있었지만, 그 시절 부모님들은 먹고 살기에도 너무 바빴다. 나는 위에 언니만 둘이라 친구 사귀는 일이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들이 없으면 언니들하고 놀았었고 내가 살던 곳의 친구들은 너무 순수했던 아이들 이었다. 매일 친구들과 모여서 놀았던 기억에 미소가 지어진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는 나는 어쩌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은 친구를 엄마가 만들어 주는 진귀한 풍경들이 자주 일어난다.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은 엄마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그 엄마랑 친해져서 아이와 친구가 되게 하는 여러 상황들을 봐왔다. 이해는 한다. 예전과 다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친구를 알아서 사귀는 거지 굳이 엄마가 저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오늘 주니가 누구랑 놀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4학년 친구관계가 전처럼 쉽진 않겠다 싶은 생각이든다. 그러면서도 또 나에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새 학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4학년 말쯤 와있는 기분이다.
이제 인간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들에게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