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육백삼홈 Feb 23. 2021

내가 아이를 학원에 보냈던 이유

알고 있어요. 다 호르몬 때문입니다. 아이의 잘 못이 아닌걸요

며칠 전 대학원 동기한테 연락이 왔다.

"주니 영어학원 다니지?"

"네. 언니 다니지 3학년부터 갔어요.

"내가 3학년 책을 보니까 초등은 영어학원 안 다녀도 집에서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던데, 왜 영어학원 보냈어?"

"언니, 초등영어 고등학교만 나와도 다 가르칠 수 있죠. 주니랑 관계 때문에 학원을 선택했어요"

"나도 집에서 파닉스 하고 있는데 내가 가르쳐 주기만 해도 싫다고 짜증을 내려고 해 "

"그렇죠? 그래서 학원 보냈어요. 저는 선행을 하고자 학원에 보낸 게 아니고 주니랑 안 싸우려고 학원 보냈어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가 저렇게 어린데 무슨 공부를 얼마나 시키겠다고 벌써 학원이냐!, 아이들 학원 가는 게 안타깝지도 않냐!라고 말한다. 그 모습은 바로 1년 전 나의 모습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에는 태교, 태어나면 더 본격적인 조기교육이 시작된다. 신기하게 배우고 신기하게 한글을 까먹는다는 신기한**나라, **수학, **펜 선생님 학습지로 한글과 수학 교육이 시작된다.

요즘은 엄마표 영어라고 해서 영어도 시작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 속에서 엄마표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엄마와 영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보다 엄마가 공부에 더 열정을 쏟아 선생님화 되어가니, 아이들과 공부도, 부모자식간의 관계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게 요즘 추세이기도 하다.  


 주니와 소룡이는 한글, 영어, 수학 조기교육은 하지 않았다. 흔한 방문 선생님표 교육도 해본 적이 없다.

우리 집 용식이와 나의 특별한 교육관이 있어서라기보다 때가 되면 하게 되겠지 싶어 그냥 노는데만 집중해서 키웠던 것 같다. 주니는 한글이나 숫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정말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 8살이 되던 해 한글을 뗐고(사실 학교에서 뗀 것도 같다), 소룡이는 오빠 따라 강남 간지가 오래되다보니, 6살이 되니 혼자 한글과 숫자와 알파벳을 대부분 읽고 쓰는 신기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11살이 되면서 주니는 많이 변하고 있다.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된 것 은 아니지만 조금씩 사춘기의 전초전이 시작된 것 같다. 별일 아닌데도 기분 나쁜 표정, 공손하지 못한 말투, 공부를 가르쳐 줄 때의 태도...

오늘은 그 문제적 태도에 관해 이야기이다. 주니는 피아노와 영어학원을 다닌다. 유치원 때는 친구들과 태권도를 다니고 싶어 하더니, 이제는 피아노에 보내 달래서 피아노 학원에 다닌다. 체르니 100번을 아주 귀엽게 치고 있다. 남자아이들 중에 자발적으로 피아노 학원가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던데 감사하게도 매일 즐겁게 다니고 있다. 그리고 영어학원을 다닌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과 선행학습에 지친 아이들이 안쓰러워 적어도 4학년까지는 최대한 버티다 영어를 가르쳐야지 했는데 계획보다 1년 빨리 보내게 되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과에 영어가 시작된다. 물론 교과서는 알파벳 부터 시작하지만 유아 때부터 영어 조기교육을 하는 터라 알파벳은 알고 가야 한다는 말에 집에서 간단하게 영어공부를 시작했었다. 사실, 주니는 직접 뭘 가르쳐 본적이 별로 없었고, 뭘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서 인지 공부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맹자도 '부모도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했다. 그만큼 자식 가르치는 일은 쉽지가 않다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그걸 깨닫는 건 무엇보다 빨랐고 무엇보다 힘들었다. 결국, 주니를 영어학원에 보냈게 되었는데, 주니가 영어학원에 등록하던 날 부터 우리집은 평화로운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영어학원을 재미 있게 다니고, 영어도 곧 잘 하고 있으니 어쩌면 학원 체질인가 싶기도 하다.


 그동안 특별하게 선행학습이나 심지어 예습도 시키지 않았다. 그저 배운 것들을 이해했는지에 대한 간단한 문제 풀이인 복습만 해왔고, 의외로 학교에서 수업태도나 이해력도 좋았다. 작년 코로나 19로 학교를 가지 못해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이라는 명목 하에 대부분 유튜브 선생님 링크를 통해 1년을 공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잘 안 되는 과목 없이 나름 자기 주도 학습으로 잘해내고 있다.

3학년부터 분수가 나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초등 수학이 어려워지는 단계에 들어섰고, 올 해도 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는 현실에서 미리 4학년 봄 방학 때 4학년 1학기 수업을 예습해보자고 제안했다. 주니는 알겠다며 흔쾌히 허락을 했고, 함께 문제집을 고르고, 수학 문제 풀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쉬우니 스스로  잘해나가는 것 같았다. 문제는 2단원 각이 시작됐다. 각도기를 요리조리 재며 재밌는지 잘 해결해 나가는데, 그 다음부터는 각의 계산이 문제였다. 각도를 사용해서 재는 문제는 끝이 났고, 이제 숫자만 사용해서 각을 계산해야 하는 단계인데 자꾸만 각도기를 재서 문제를 풀길래 "각도기를 사용하는 게 아니고, 문제를 이해하고 숫자로 풀어야 해"라고 말하면, 뚱한 표정으로 "알아" 하면 또 각도기를 만지작 거린다. 알고 있다면서 각도기로 재고 있으니 나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지만, 나 답지 않게 참고 또 참고 틀린 문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난이도가 높아지니 틀리는 문제가 슬슬 생기기 시작했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자고 하니  짜증을 낸다. 풀이를 해서 알려주려고만 하면 '내가 할게', '알아'라고 말한다. 괜히 트집을 잡고, 짜증스러운 얼굴과 말투 저런 태도면 공신인 강성태 선생님이 와도 못 가르칠 실 듯 싶다. 속 에서 정말 참을 인을 수천번 그리며 참았고, 우리 집 용식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배울 자세가 안돼 있어. 화가 너무 나는데 겨우 참았어" 화내는걸 잘 모르는 인자하신 우리 집 용식이는 주말에"내가 가르칠게, 하지 마"한다.


이렇게 마냥 귀요미 였을때가 있었다. 주니 유치원때 모습

 

 주말이 됐다. 나랑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우리 집 용식이와 주니가 풀고 있다. 상황이 어째 며칠 전과 비슷해져 간다. 아이는 문제를 틀렸고, 용식이가 알려주려고 하자 아이는 나랑 했을 때 하던 태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싸한 게 폭풍전야나 다름없다. 결국, 주니 태도에 우리 집 용식이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너 맨날 엄마랑 이렇게 공부해?, 배울 자세가 안되어 있네. 아빠가 지금 너를 혼냈니? 화를 냈니? 태도가 왜 이래 "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왜 이런 상황에서 내 속이 시원한 걸까? 맨날 위로는 받았지만 이런 상황이 실제 일어나니 내 마음을 조금 더 알려나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우리 집 용식이 얼굴의 분노 게이지는 차오르고 있었고, 주니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소룡이와 나는 방으로 조용히 들어왔다. 두 사람만의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나와는 다르게 우리 집 용식이는 주니를 타이르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급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서 우리 집 용식이와 '주니가 왜 그럴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그냥 아이의 기질 때문이 아닐까라는 결론이었다. 기질도 그렇고 슬슬 사춘기가 시작되려고 하니, 승부욕이 강한 아이인데 틀린 것도 싫고 아빠 엄마 말이니 더 듣기 싫은 거 같았다. 그래서 이 사태를 어떻게 넘겨야 하나 가 고민이 되었다. 예습을 안 시키기엔 올 한 해 학교도 다 못 갈 텐데  초등 5학년부터 시작된다는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될까 걱정이고, 싫다는 애를 앉혀놓고 계속 가르치는 것도 서로 스트레스다. 이 방법도 결국 남의 손에 맡겨야 해결되는 것일까? 영어처럼 수학학원에 보내야만 우리집에 제2의 평화가 찾아오는 걸까?


 수학 잘하다는 우리  용식이, 검증된 바는 없지만 초등 수학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가르칠  있는  사실이니 수학학원을 보내줄  없고, 그냥  수도 없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다. 부모의 멘탈이 털리느냐! 남의 손에 맡기느냐! 오늘도 수학을 가르쳐하는 나는 압박감이 너무 크다. 그냥 주니가 틀리지 않고  맞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가 백점 맞는  소원인  아니고 내가 가르치기 싫어서  맞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뼛속까지 문과생이고 사실 수학이 싫다. 그래서 가르치기도 싫다. 내가 좋아하는 국어, 사회, 역사 얼마나 재미있는 분야가 많은데 싫어했던 수학을  나이가 되어서 해야 한다는 사실이 싫다. 되도록 수학에 관한 부분은 공대생 오빠인 우리집용식이를 전담부서에 배치하기로 하였는데, 문제는 아빠랑 놀고 싶어 하는 주말이나 저녁에 과연 아이가 공부가 하고 싶을지가 관건이다. 부모 마음속에서는 천불이 나고,   얼굴에서 눈물이 나더라도  험난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노력은  보자 약속했다.    '결국 수학학원에 등록했어요'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주니에게 수학 현명하게 가르치는 방법보다 시급   수학 가르칠   속에서 일어나는 천불을 끄는 방법일 듯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수 좋은 날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