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Seoul로 보내고 싶다면 지금 노선을 정하세요.
올해 조카가 흔히 말하는 in Seoul 대학에 들어갔다. 인 서울이라는 것을 체감한 건 작년 입시 준비를 하면서부터였다. 조카가 아니었으면 잘 몰랐을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4학년 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다니!
4학년이 시작되면서 매일 등교를 하고 있다.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방역에 철저히 하겠다며 매일 등교를 현실화하였다. 사실 등교하면서 매일 걱정은 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다시 다니게 된 것은 감사할 일이기도 하다. 두 달쯤 되니 학교 상담이 시작되었다. 학급도 담임 선생님도 궁금해서 대면상담을 신청했다. 감사하게도 상담 때마다 늘 듣는 이야기이지만 열 한살이는 학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수업시간, 교우관계 모두 좋다고 하셨다.
담임 선생님은 열 한살이에 대해 이야기하신 후 더 궁금하신 사항에 대해 물으셨다. 지금은 영어와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중학교 될 때까지 더 학원을 늘리고 싶지 않기에 고학년이 되면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겠는지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수학 공부와 책 읽기는 놓지 않게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셨다. 열 한살이는 승부욕도 강하고, 수업 시간이 이야기하면 잘 이해하고 공부하기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공부를 시켜볼 생각이 없냐고 물으셨다.
덧붙여 4학년쯤이면 앞으로 계속 공부를 시킬 건지 엄마가 노선을 정확히 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인 서울 학교 가는 것도 어렵고, 입시가 쉽지 않다고 말이다. 초등학교 때는 신나게 놀이 중심으로 키우다 중학교쯤 되어서 성적이 이게뭐나며 공부를 시켜겠다고 마음먹으면 이미 늦은 거라고 하셨다. 공부뿐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까지 멀어질 수 있으니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순간 선생님 이야기에 중학생이 된 열 한살이에게 나는 어떤 모습의 엄마일까 생각했다. 공부는 조금 부족하지만 아이가 좋으면 다 좋다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일까? 중학생 첫 시험에 배신당하고 악마의 모습으로 제대로 변신해서 당장 공부 공부하며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시키려는 현실 엄마의 모습일까? 그동안 내가 너무 교육 현실을 몰랐나? 내 주변에는 너무 스스로 공부해서 잘 된 사람만 있었나? 정말 우리 열 한살이는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아이일까?라는 여러 가지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사실 열 한살이는 공부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다. 문제가 잘 안 풀린다고 울기도 하고, 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 아침에 깨우러 들어가면 언제 일어났는지 깜깜한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부탁해서 아이들에게 문제 풀이를 알려줬다며 허풍이 대단하다. 공부에 대해 아주 다양한 태도를 보여주기에 아직도 열 한살이가 공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직까지는 딱 4학년 수준으로 공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느 아이들처럼 어떻게 하면 한 문제라도 덜 풀까 조금 더 놀아볼까 고민하는 그냥 열한 살 아이인 것 같다.
우리 부부는 공부에 대한 의견은 같았다. 초등학교의 공부는 학업과 인성의 기본이기에 누구나 성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의 공부는 선택이의 문제이기도 하니 아이의 선택에 맡기자 했다. 나 또한 대학생이 되고 나서 공부를 시작했고, 공부에 뜻을 두고 재미있어하는 사람들 대부분 스스로 공부를 선택하는 것이고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문제집 한 장, 한글도 다 안 떼고 학교 보낸 열 한살이였다. 학습지 한번, 문화센터 한번 안 가고 그냥 매일 놀면서 자랐다. 그런데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아이 같다는 경력 30년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는 악마가 주는 달콤한 사탕 같았다. 그 사탕이 어떤 의미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사탕을 마다하지 못하고 입속으로 넣는 순간 아직까지는 현실보다는 이상이 1%로 정도는 더 많았던 나의 이상적인 엄마는 온 데 간데없고, 철저히 현실 엄마가 된 기분이다. 나는 매일 그 사탕을 녹여먹으며 열한 살이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한다.
아이와 나아가는 이 노선이 버스나 전철 노선처럼 조금 쉽게 갈아탈 수 있다면 좋겠다. 무정차 고속버스처럼 한번 타면 목적지에 갈 때까지 내지리 못하게 될까 봐 두렵다.
오늘도 받아 든 사탕을 입안에 넣고 혀로 살살 녹이며 생각한다. 그 사탕을 당장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하는 내 모습에 결국은 현실 엄마에 더 가까운 것일까? 라며 내 안의 싸움은 오늘도 여전하다. 어쩌면 아이에 대한 공부에 대한 노선보다 내가 아이 교육에 대한 어떤 지지자가 될지 그 노선을 정하는 게 우선 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