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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Apr 27. 2021

11살에게 엄마는어떤 분이셔?라고묻는다면

적어도 노력은 하는엄마이니까 별 세개개반 정도는되는 거죠!

열한 살이 학교 상담을 다녀왔다. 선생님께서는 상담 마지막에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시며 종이 한 장을 건네 셨다.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좋은 일 혹은 나쁜 일이다.

0.001초의 짧은 순간 마음이 쿵 했다. 좋은 일 일까? 나쁜 일 일까?


학기 초에 선생님은 종이를 한 장 주면서 아이들에게 반칸을 채우게 하셨다.

내가 제일 무서워 하는 것은___________

우리 엄마는___________

우리 아빠는___________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적을 수 있는 밑줄 채우기였다.


우리 엄마는 책을 많이 읽으시고, 공부도 많이 하시고 화를 많이 참으려고 노력하신다.

'노력하신다'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러면서 선생님께 "제가 좀 화가 많습니다"라는 어쩔 수 없는 고백을 해버렸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아요. 저는 참 좋게 봤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상담을 마치고 오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 잊혀질 만큼 큰 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 열 한살이가 요리 잘하는 엄마, 청소 잘하는 엄마로 평소에 엄마가 하는 일로 표현해 주지 않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교양 있는 엄마로 만들어 주어 고마웠다. 무엇보다 내가 화를 많이 참고 있는 사실을 알아준 마음이 참 다행이었다.


열 한 살이에게 5학년 때 또 같은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우리 엄마는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십니다.라는 말만 들을 수 있도록 올해 내 안의 화를 없애는 한 해로 보내기로 결심해 본다.

그때는 적어도 별 네개반인 엄마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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