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처럼

우리는 모두 싱어게인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by 육백삼홈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 출처 싱어게인_JTBC-



월요일 밤을 기다리게 했던 싱어게인이 막을 내렸다. 월요일에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함께 즐겨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점은 잊혀진 비운의 무명가수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힐 수 없고 오직 번호로 불리우는 재야의 실력자들!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도전을 시작했다.


요즘 매일 브런치 글을 쓰고 읽다 보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작가들도 이들 처럼 싱어게인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보 전달을 위해, 베스트셀러가 작가가 되기 위해, 단순히 글쓰기가 좋아서,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 등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글을 쓰고 작가를 꿈꾼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동기는 타고난 재능, 실력이 아니였다. 내 삶에서 가장 힘들고, 절망적이었을 때 시작한 것이 글쓰기 였다. 글쓰는 일로 슬픔 속에서 나를 위로 했다. 그래서 매일 글 쓰는 일에 많은 애정을 담는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 석자로 쓴 최초의 글은 석사논문이었던것 같다. 졸업하고 한 번도 꺼내 읽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부끄럽다. 그래서 아무도 내 논문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죽기 전에 반드시 논문을 다 없애고 죽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정도니 말이다. 논문 쓸 때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최소 수량만 찍어, 나중에는 냄비받침으로도 못쓰게 될 거야, 식탁 다리 부러지면 그때 논문으로 쌓아서 쓰던지"라고 말이다. 그 말의 뜻을 논문이 나온 후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냄비 받침으로도 못쓰고 있는 내 논문이 아직도 창고에 가득하다. 그나마 최소 수량을 인쇄했고, 동기들이나 선배들에게 "논문 나왔습니다"라며 여러명에게 돌리지 않았던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또 한가지 다행인 것은 조사를 하고 통계를 내서 진행하는 논문이었으니 요즘 처럼 표절은 문제는 없겠지 싶다. 제대로 쓰지도 못 했는데 표절까지 한 거면 정말 어쩌야 하나 싶다.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이 왜 그렇게 답답해하셨는지, 목차를 수십 번 바꿨는지, 순간순간 교수님의 눈빛과 목소리가 떠오르니 또 다시 괴로운 기억들이 소환된다. 지금도 사회복지분야에서 유명하신 분인데 나의 논문지도교수였던 게 혹시 부끄러우셨으려나 싶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밖에 못 썼을까? 싶으면서도 세상 사람들이 영원히 내 논문을 몰랐으면 하는 바램을 다시 가져본다. 인쇄물에 나의 이름 석자가 쓰인 첫 작품인듯 아닌 듯한 내 논문. 책이라도 볼 순 없는 논문이지만 나의 첫 데뷔는 이렇게 초라하고 부끄러운 기억과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싱어게인은 회를 거듭 할 수록 무명가수들은 진가를 발휘했다. 어쩜 그렇게 목소리가 청아하고 매력적인지, 헤비메탈에서 어떻게 그런 고운 목소리가 나오는 건지, 심지어 장르가 30번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사람들 까지 있었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고, 왜 이제서야 나타났지는 모두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게 아닐 것이다.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이제서야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큰 기회를 차지한 사람은 비록 한 명 이었지만, 참가한 모든 가수가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기회들이 존재한다. 눈에 보여 잡을 수 있는 기회, 나도 모르게 지나는 기회, 잡을 수 있었는데 놓쳐버렸던 기회, 다시 돌아온 기회 말이다. 나도 언젠가 냄비 받침의 용도도 아니고, 창고가 아닌 서재에 쌓아 두어도 짐스럽지 않게,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 안달이 날 만큼 나의 애정이 가득 담긴 책을 출간 할 기회를 조심스럽게 꿈꿔 보았다. 아직은 브런치에서만 작가이지만, 언젠가 세상에 내 이름 석자로 날아오를 날을 기대해본다. 꼭 일등으로 날아오르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지금도 브런치에서 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싱어게인 처럼 "세상이 미쳐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가 되어 언젠가 멋지게 세상을 향해 비상하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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