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고, 집에 나 혼자 뿐이다.

나는 매일 집으로 출근 한다.

by 육백삼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언제였지? 기억을 더듬어야 할 정도니 정말 오랜만에 집에 혼자 있다.

아직 봄 방학 전인 열 한살이는 오늘 반편성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들뜬 마음에 한 달여 만에 학교에 갔다. 오늘 3학년 전체 등교라고 하니 1년 만에 반 친구들을 다 만나는 날이기도 하다.

등원 차 타기 전에 소복소복 쌓인 눈을 만지고 밟으며 까르르 연신 웃어대며 소룡이도 유치원에 등원했다.


난 집을 좋아하는 우리 집 공식 집순이다.

어렸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집은 요즘 말하는 햇살 맛집이었는데 햇살이 너무 좋아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그앞에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 매일 집에 앉아 책을 읽거나 혼자 놀기를 좋아했다. 친구들은 오늘도 집에서 광합성 중이냐고 나와 놀자 불러도 나오지 않는 나를 놀려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집을 좋아했다. 외출보다는 집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니 내 삶의 대부분은 집과 함께였다.


나는 매일 집으로 출근을 한다. 모두가 직장이나 학교로 가는 시간 나도 집으로 출근을 한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적힌 업무 일지 같은 체크리스를 보며 오늘 할 일을 해나간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저녁 준비에 한창이다. 주 업무시간은 오전 아이들이 오기 전에 업무를 마쳐야 해서 아침시간이 제일 바쁘다.

아이들이 있을 때 집안일을 안 하는 이유는 있다. 일단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없고, 아이들 요구사항에 내가 할 일 때문에 잔소리나 짜증 나는 일이 생기게 되니 오전에 집안일을 다 하려고 노력한다. 약속이 생기는 날에는 더 일찍 서둘러 집안일을 마친다. 약간 강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리 안 된 집을 보고 있노라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코로나19로 나의 일 터에 아이들이 들어오고, 나의 생활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적응하기 힘들고 어려웠던 것처럼 나도 그랬다. 시간이 지나니 나름의 방식대로 집안 일을 하고 아침에 내 시간을 갖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정말 너무 조용하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TV도 음악도 안 켜 놓고 침묵 가운데 모든 일을 한다. 내 귀도 쉬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다. 모두가 없는 텅 빈 집.

지체할 시간이 없다. 주방 정리를 하고 청소기를 밀고 글을 쓰고 싶어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뉴스를 보다 각 나라별로 학교 등교에 관한 의견이 나온 기사를 봤다.


3월에 등교 횟수를 늘린다고 하는데 나의 의견은 잘 모르겠다. 학교에 가는게 좋을까? 지금 처럼 지내는 좋을까?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 봤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나의 일터에 함께 있는 일들이 많이 힘들었고, 지금은 조금 힘들다. 여전히 아주 괜찮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맞벌이가 아니라 아이를 돌 볼 수 있음에 매일 감사하자 생각하며 지내고 있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자주 잔소리를 하게 된다. 이런 나를 볼 때면 당연히 감염 위험을 생각하면 집에서 보육하는 게 맞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 1년 만에 반 친구들을 오늘 처음 만나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니, 내년 반편성이 의미가 있나 싶다. 그냥 같은 반해도 아이들은 새로운 반이라 느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고, 없어지길 바라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건 아이들 때문이다.

친구들과 만나 놀 수도 없고, 급식실에서 깔깔 웃으며 급식을 먹을 수도 없고, 눈 오는 날 마음껏 눈 냄새를 맡고 눈의 차가움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제한된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짠하다.


처음 아이들이 일터로 들어와 가장 힘든 일은 내 시간이 없어서였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붙어 지내며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을 챙기는 일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고, 저녁이 되면 모두 소진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매일 무기력하고 우울했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었을 것 같다.엄마가 보면 안 되는 심한 장난도 치고, 엄마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도 나누고, 친구들이랑 블록도 같이 만들고, 잡기 놀이도 해야 하는데 매일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물론, 아이들에게 '너희도 힘들지?'라는 생각은 언제나 했지만 내 입장과 아이들 입장을 동일하게 두고 생각해본게 부끄럽지만 오늘 처음인 듯 하다.


모두가 나간 텅 빈 집에서 헤드뱅잉이라도 하며 아무도 없는 공간에 하트 뽕뽕 날리며, 춤이라도 춰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들이 없으니 아이들 생각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오늘 오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라도 준비해 둬야겠다. 그리고 집에 오면 꼭 안아줘야겠다. 오늘 잘 다녀왔냐고, 엄마는 오늘 너희가 집에 없어서 너무 심심했다고 말이다. 비록 그말이 5초 후에 강한 후회로 남겠지만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적어도 사랑한다는건 진심이니까 말이다.


열한 살이가 다섯살때, 소룡이가 100일때 아. 너무 귀여운데.지금은 누군지 못알아 보겠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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