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증조할아버지의 유산

대한민국에 내 땅이 있다니!

by 육백삼홈


월요일 아침, 가장 바쁜 날이기도 하다. 청소기를 밀고, 걸레질도 하고 주말에 살짝 미루었던 집안일을 폭풍처럼 해대는 날이기도 하다.

누군가 벨을 누른다 우체국이다.

"김 작가님 등기 왔습니다". 내 앞으로 등기 올 일이 없는데 이상하다 싶다. 등기를 보니 우리 외할머니네 동네 아닌가? 민원봉사과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우체부 아저씨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들어와 얼른 등기를 열어본다.


처음 보는 이름이 쓰여 있고, 상속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누군데 상속이래? 외삼촌께 연락을 드렸다. 삼촌에게 아주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셨다.

내가 받은 저것이 내 땅이란다. 흔히 말하는 "상속"

어머, 나 상속자였어 ! 사십 년 넘게 모르고 살았던 상속녀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대한민국에 내 땅이 있다는 게 놀랍고, 내가 세상에 상속이라는 단어를 가지게 될 줄 이야.


사실, 너무 두군두군 기대되지만 나의 상속은 한 편의 해프닝이라고 해야 하나 유머라고 해야 하나 싶다.


내용은 이렇다. 요즘 토지 정리하는 기간이라 큰외삼촌께서 정리를 하다 보니 우연히 할아버지의 토지가 있음을 알게 되셨고, 이것이 자손들에게 분배가 되어 결국 내 몫까지 내려온 것이다.

들어보니 엄마에게 주어졌고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우리 세 자매가 동일하게 나눠가져서 대략 0.7평 정도라고 하셨다. 증조할아버지는 장손이셨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다른 할아버지 땅은 꽤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 땅은 정말 소소해서 많지도 않은 자식들이 나눠 아주 작게 상속하신 것이다. 그것도 전북 진안에 산골짜기 논에 말이다.

삼촌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럼 어느 정도 크기인 거야?" 삼촌은 "관하나 정도는 들어갈 자리일걸" (관으로 비유하시는 옛날 사람 우리 삼촌) "와~삼촌 그래도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데 자기 땅이라도 있으니 내가 죽어 누울 곳은 되겠어. 우와 우리 증조할아버지 대단한데"라고 한다.

삼촌이 말씀하신다 "관 못 넣어 거기 논이야. 죽어서 묻히면 물들어와"하며 삼촌과 나는 깔깔 웃는다.


전에 토지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땅은 정말 소중히 여겨야 하며, 재산증식에 있어 땅은 최고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박경리 선생님의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이런생각을 하다니 속물인 나는 어쩔 수 없나 보다. ) 그러면서 나는 땅이 한 평도 없네 했던 기억이 난다.

작년 기사에 명동에 가장 그곳에 1㎡당 2억650만원이라고 본 적이 있다. 그에 비할 수도 없지만 갑자기 우리나라에 내 땅이 있다는 생각에 넉넉한 웃음이 나왔다.


소박한 인생이셨는지, 동생들에게 다 나누어 주셨던 인자한 분이셨는지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증조할아버지께서 내가 주신 땅이 있다는 생각에 왠지 대한민국에 내 땅이 있다는 생각에 괜히 우쭐해지는 그런 날이다.



벨기에 븨뤼셀의 유명한 "오줌싸게 동상"이다. 직접 보니 너무 작고 외소했던 기억이 났다. 골목사이에 아주 작게 자리잡고 있던 그동상. 땅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 동상 생각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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