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식사에 진심을 다하는 일

다이어트 2일 차

by 육백삼홈

오전에는 디톡스 주스를 마시고 점심에는 현미밥과 집 반찬들을 먹는다. 현미밥은 처음인데 굉장히 까스럽고 씹기도 힘든 밥이었다. 잡곡들과 섞어 먹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현미만 넣고 먹다 보니 꼭꼭 씹지 않으면 넘기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루에 유일하게 탄수화물을 먹는 점심이다 보니 평소와 다르게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일상생활을 했던 그 시절에 나의 점심은 그냥 때우기였다. 집 반찬을 꺼내 먹거나, 면을 먹거나 저녁처럼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그냥 대충 먹는 점심이었다. 그래도 혼자먹는 점심이라 좋았고, 좋아하는 김치볶음밥도 해 먹고, 파스타도 해 먹는다는 말에 친구들은 "혼자 먹으려고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을 하는 걸 보면 집으로 출근하는 대부분의 엄마들의 점심식사가 어떤지 짐작이 간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집에 머물고, 외식이 어려워진 시기다 보니 집에서 매일 집밥 해대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이 먹는 음식이나 보니 매일 다른 식단으로 우리 가족을 살피는데 최선을 다 했다.

다이어트라는 명목 하에 가족과 구분된 다른 식사를 하다 보니 처음으로 내 밥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밥도 따로 해야 하고 주스로 만들 채소를 손질해서 갈아 마셔야 하고, 영양제도 챙겨 먹어야 하고 이것저것 나를 위해 먹을 것에 정성과 시간을 쏟게 됐다. 가족들이 먹을 음식과 내가 먹을 음식을 구분하고 차려내는 일들이 뭔가 나에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그 많은 음식과 밥을 먹고살았으면서도 오롯이 나를 위해 차리는 밥 한 끼에 대한 감정을 이제야 느끼다니.


결혼 전에 혼자 살았던 시기를 '내 생의 봄날'이라고 일컬으며 오직 나를 위해 보냈던 시간도 있었다. 두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나를 위해 무엇을 챙기는 시간은 턱 없이 부족했다. 아이들의 발달에 따라 나의 역할도 바뀌었다. 심지어 나의 이름도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누구의 엄마'가 그렇게 좋았다. 직장에서 김 아무개 연구원님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 좋고 행복했다. 직장을 관두고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을 보니 박아무개 엄마, 이 아무개 엄마라는 이름의 저장이 많아졌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친한 사람들은 본명을 써놓는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본명인 예쁜 이름들로 말이다. 사실 주니와 소룡이의 친구 엄마들 이름을 모르고 관계를 맺어가는 사이가 많아지는 것 같다. 아이들로 친해졌지만 이름 정도는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소룡이 엄마, 주니 엄마로 저장되어 있을게 뻔하다. 이렇게 아이들에 따라 변화하는 삶을 살고 있고, 이에 따른 밥상의 변화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였는지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 일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고, 나 스스로를 위한 한끼에는 더욱 그러 했던 것 같다.


비록 일주일이면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다이어트 식단은 끝이 나겠지만 남은 날 동안은 정말 나를 위해 진심 어린 밥 한 끼를 차려내리라 생각했다. 나를 위해 반찬을 만들고 나를 위해 밥을 짓는 오직 '김 작가'를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날에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밥 한 끼를 차려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본다.


다이어트 2일차 아직은 괜찮다. 글을 다 써놓고 내가 좋아하는 '브로콜리너마저의 유자차'의 음악을 듣는다. 그동안 참 많이 들었을때는 몰랐는데 문득, "아 유자차도 마시고 싶네"라는 생각이 처음 드는걸 보면, 어쩌면 난 안 괜찮은건지도 모르겠다. 3-4일이 고비라는데 진심 괜찮을까?


지금 가장 먹고 싶은건 아이들의 간식. 꽈배기이다. 다이어트 끝나는 날 딱 반개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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