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적은 우리가족이었네

다이어트 1일 차

by 육백삼홈

다이어트 1일 차

먹은 거라고는 고작 디톡스 주스, 샐러드, 병아리콩, 무설탕 요구르트, 현미밥 조금

고작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이 먹어버린걸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먹었던 양과 종류에 비하면 고작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이 우리 가족이 될 줄 몰랐다. 그들의 걱정에 첫날 다이어트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유치원을 다녀온 소룡이에게 간식을 찾아주며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을 주었다.

하나 둘 까더니 "자, 이건 엄마 꺼"

"아니야, 엄마 이번 주에는 이런거먹으면 안 되는 날이야"

"딱 하나만 먹어" 손사래를 치며 겨우 거절했는데 원래 초콜릿 향기가 그렇게 강했었나? 그 향기에 나도 모르게 눈 한번 질끈 감고 먹을 뻔했다.

저녁 6시 전에 디톡스 주스와 샐러드, 병아리콩, 요구르트를 먹고 나니 아들이 말한다.

"엄마, 진짜 안 먹을 거야?"

"이번 주만 그래"

"알았어"

그러더니 소룡이가 자꾸 이것저것 나에게 해달라고 가져오니 "엄마 예민해 엄마 건들지"라고 말한다.


퇴근 후 돌아온 우리 집 용식이를 위해 저녁 준비를 할 때가 가장 곤욕이다.

(우리 집 용식이 : 동백꽃 필 무렵의 용식이와 외모는 다르나, 성격이 흡사하여 부르는 남편의 애칭)

명절에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못한 잡채를 만들고, 묵은지 김치찜을 담는데 늘 먹던 음식들이 이렇게 맛있는 향기와 자태를 뽐냈는지 나도 모르게 아무도 없나 곁눈질을 하며 한 젓가락 집을 뻔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먹지 않고 소룡이 밥 챙겨주는 모습을 본 우리 집 용식이는

"정말 괜찮아? 그것만 먹고 괜찮아"

"내일부터는 다이어트 끝날 때까지 내가 저녁 밖에서 먹고 올까? 준비안해도되는데-"

"오늘 일찍 자. 배고프니까 그냥 자"

"어지러우면 그만둬야 해" 라며 나의 활활 타오르는 다이어트 의지를 꺾어버릴 기세이다.

"하루도 안 지났어! 몸 안 좋으면 관둘 테니까 걱정 마"라고 말했지만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할 우리 집 용식이가 저렇게 말하니 자꾸만 관두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소룡이가 작은 과자를 가져와서 말한다 "엄마, 이거 먹어"하고는 이내 돌아서서 문득 생각이 났는지 "아, 살...."하고 방에서 나간다.


다이어트의 첫날은 음식의 유혹보다 식구들의 말에서 온 우주 기운을 다 빼앗긴 날이 된 것 같다.


내일이면 다이어트 2일 차, 고작이라는 음식보다 많이 먹게 될 것 같아 내일이 두려운 밤이 되었고, 살이 찌고 빠지는 것보다 내가 최초로 선언한 다이어트가 무산될까 걱정으로 보낸 첫날이 되었다.


저녁에 먹은 다이어트 식사, 태어나서 이렇게 먹어보기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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