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그리고 제주에 왔다.
제주도에 왔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무작정 떠나본 여행의 경험이 없다. 준비되지 않은 외출과 여행은 달가워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이번 결정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힘든 요즘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다시는 채워지지 않을 것처럼 그냥 모든 게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날 이후 좋아하는 글을 쓸 수도 읽을 수도 없었고, 누구를 만나 웃을 수도 없을 만큼 무기력해져 있었다.
3일 전 항공과 숙소를 예약하고 남편과 아들을 두고 비행기에 올랐다. 떠나면서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그냥 정처 없이 쉬었다 오고 싶었다
걷고, 먹고, 이야기하며 마음의 반은 꽃이 다했고, 마음의 반은 웃음과 이야기로 채워졌다.
봄 꽃처럼 내 마음도 예쁘게 피어나 지는 삶을 살고 싶어 졌던 그런 하루였다. 적어도 오늘은 하루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