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NETFLIX) 때문에 대형 영화 개봉관들이 망해간다는 소식을 접한 지 오래다. 코로나 팬데믹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긴 했으나 넷플릭스는 관객들의 영화 콘텐츠 소비 패턴을 바꾸어버렸고 이젠 추세가 되어버렸다.
넷플릭스는 일반 관객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그 본질을 꿰뚫어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자본의 힘으로 가속화를 만들어냈다. 영화관을 찾아가서 지정된 시간에 영화를 봐야 하는 불편함을, 휴대폰 속으로, 거실 TV화면으로 끌어들여 해결해 버렸다.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볼 비용으로, 시간이 없어 다 보지 못할 정도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니 가히 경쟁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거기다 '오징어 게임'같이 빠져들게 만드는 콘텐츠의 흡인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또한 언제든 내 시간에 맞추어 볼 수 있고 그것도 보다가 잠시 멈춰놓을 수도 있고 아예 되돌려 볼 수도 있다. 딴짓하느라 스토리 전개를 놓쳐도 전혀 관계없다. 넷플릭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방적인 영화상영 시간의 흐름에 몰입하여 따라갈 필요가 없이 내가 영화의 시간에 개입해서 천천히 가게도 하고 빨리 가게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대형 화면으로 펼쳐지는 장대한 스케일의 영화가 아니면 굳이 영화관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작년 봄엔가 티모시 살라메가 주연한 '듄 파트 2(Dune ; Part 2)'를 동네에 있는 CGV성봉점에서 봤던 게 마지막이었다. 1년이나 지났다.
넷플릭스 플랫폼에 실려있는 영화 콘텐츠의 수는 가히 무궁무진하다. 내가 본 영화들의 패턴을 알고리즘이 분석하여 비슷비슷한 영화들을 나열해주기까지 한다. 휴대폰 속의 숏폼에 중독되듯이 넷플릭스에 중독될만하다. 현란한 영상과 스토리, 시리즈 연속 보기에 빠져 '시간 죽이기'를 할 수 있는 대표적 '시간의 적'으로 등극시켜도 될만하다.
물론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선별하고 감상하는가는 순전히 개인적 관심사와 영화 취향에 달려있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시멘트 보도블록 사이에서도 이름 모를 잡초가 꽃을 피우듯, 넷플릭스 안에서도 숨겨진 콘텐츠들이 있다. 나도 우연히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분야를 들여다보다 보석 같은 콘텐츠를 만났다.
바로 '스터츠(Stutz),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내용은 저명한 정신과의사 필 스터츠가 배우 조나 힐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조나 힐의 어린 시절 경험을 들어보고 시각적 모델을 활용한 독특한 치료법을 시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다큐 촬영 시 필 스터츠는 일흔넷의 나이였다는데 파킨슨 병을 앓고 있어 약을 먹고 손도 떨고 있었지만 그가 주는 정신적 인사이트만큼은 가슴에 착착 달라붙는다.
너무나 일상적인 조언이자 충고임에도 다들 지키지 못해 벌어지는 삶의 굴곡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지적들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해서 더 눈길이 가는 다큐다. 부담 없이 일견 할 수 있다.
스터츠가 권고하는 삶의 원동력 찾기 3단계를 보자. 먼저 잘 먹고 잘 자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자기 몸(body)을 챙기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다른 사람들과 계속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는 것(people)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글 쓰는 습관을 통해 자기의 무의식과 관계를 맺고 나와 잘 지내는 것(yourself)이다.
이것은 필 스터츠가 본 인생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더욱 쉽다. 스터츠는 "삶은 반드시 고통(pain)과 불확실성(uncertainty), 끊임없는 일(constant work)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라고 정의한다. 부처님 설법 같은 이야기일 수 있으나 인류 보편적 삶의 근간임에는 틀림없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돈 많은 재벌이라고 근심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그들 나름대로 어깨를 누르는 고통과 불확실성과 일들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근심 걱정의 미로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는 게 또한 삶이다.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가? 스터츠는 "움직여라! 겁나도 움직이라!"라고 적극적 수용(radical acceptance)을 권유한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이젠 뭘 하면 될까?"라고 하면서 생각이 안 떠오르면 팔 굽혀 펴기라도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은 절대 금지하라고 조언한다. 긍정적이고 밝음을 찾으라고 한다. 자신을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믿으면 세상만사가 다 의미 있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거창할 필요도 없단다. 그저 작은 일에서 찾으란다. 태양은 항상 떠 있고 구름은 늘 태양을 가릴 뿐이다. 이 구름을 뚫지 못하면 일진이 사납다고 여긴다. 인생이 팍팍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모든 생각이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 그럴 때 '감사의 흐름(the grateful flow)'은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준다. 먹구름을 뚫고 나갈 때 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긍정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터츠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 인생의 비밀이다. 그 누구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행복은 그 진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달렸다"라고 한다. 과연 그렇다. 아주 평범한 이야기 속에 삶의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있다. 가끔은 넷플릭스 속에도 시간을 멈추게 하는 콘텐츠가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