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구경 나들이는 다녀오셨나요? 화무십일홍이라 때를 잘 맞춰야 합니다. 머뭇거리거나 망설이다가는, 떨어진 꽃잎을 보고 지난주에 올걸 후회하게 됩니다. 때를 잘 맞춰 잘 찾아가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화할 수 있습니다. 삶은 right time, right place, right now가 정답입니다. 바로 지금 움직여 그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산다는 것은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닙니다.
꽃구경한다고 산으로 들로 쏘다니다 보면 만나게 되는 풍광들이 있습니다. 산속 깊이 숨어있는 산사로 올라가는 길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하여 찾아가다 보면, 시골길 중간중간에 규모도 엄청난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이 눈에 띕니다.
"아니 이런 산골짜기에 웬 대형 베이커리 카페? 장사가 되나?"
산사로 올라가는 진입로가 편도 1차선이라 앞에서 차가 내려오면 한편으로 비켜서서 교행을 해야 하는 정도인데도, 그 안쪽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커피와 빵 맛이 대단한 집인가?" 호기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외려 장사가 될지 걱정을 해줘야 할 정도의 입지조건 같은데도 우후죽순처럼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이 방방곡곡 골짜기를 점령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강이 보인다거나 뷰가 괜찮다는 땅에는 어김없이 유행처럼 베이커리 카페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을 걱정해 주는 것이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기업 승계를 통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노린 절세 수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지을 만큼 넓은 토지를 자녀에게 물려준다면 수억 원의 증여세가 나올 수 있는데 이 토지 위에 '음식점업' 사업체를 만들어 증여하면 증여세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커피전문점은 안되는데 베이커리카페는 음식점업으로 인정돼서 과세특례 대상이 된답니다. 여러 조건이 있긴 하지만,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지어 부모 명의로 10년 이상 운영하고 18세 이상 자녀를 임원이나 직원으로 등재하면 일반증여할 때보다 세금을 1/4 정도밖에 안 내도 된답니다. 빵과 커피는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뭐 그다지 걱정할 일이 못됩니다. 자녀들을 임원으로 등재해 인건비 명목으로 용돈 주고, 풍광 좋으면 건물 부동산 값도 오를 것이니 꿩 먹고 알 먹고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절묘한 절세의 꼼수가 화려한 건물 뒤에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빵 이야기의 연장선입니다. 오늘 아침 포탈 뉴스검색창을 지나가다가 모 유명 베이커리가 강남에서 하는 '9,900원 1시간 무제한 빵 뷔페'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사의 요지는 한 입만 먹고 버려지는 빵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마음껏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문 열기 1시간 전부터 오픈런 줄을 서서 들어가지만 막상 들어가서 빵을 먹어보니 많이 먹는다는 것이 아무 의미 없음을 알게 됩니다. 다들 경험해서 아시겠지만, 빵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나 보통 빵을 2-3개 먹으면 배부르고 질려서 더 못 먹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보통 빵은 커피나 음료와 함께 먹는 디저트 정도가 적당합니다.
그런데 빵을 뷔페로 마음껏 먹으라고? 요즘은 베이커리의 빵들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혹하게 됩니다만 막상 먹기 시작하니 금방 질립니다. 그래서 나온 꼼수가 한입씩만 맛보듯이 먹어보고 버리는 거였을 겁니다.
베이커리 회사의 마케팅 잘못일까요? 사람들의 음식 욕망의 결과일까요?
저는 베이커리 회사에서 마케팅을 잘못한 것이라고 봅니다. 빵을 먹다 보면 금방 질린다는 것은 세상 누구나 다 아는 기본 상식입니다. 많이 못 먹으니 1만 원 정도 받아도 본전은 할 것이고 마케팅 이벤트로 눈길을 끄는 광고 효과를 보기에는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람들이 한 입만 먹고 버릴 것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합니다. 사람들의 선량한 인성을 너무 믿어서 일까요?
아니면 빵을 작게 잘라놓아 여러 빵을 가볍게 맛보고 먹을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생각했을 테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이 먹을 것이 염려되고 본전 생각이 나서 일단 1시간 제한으로 시작했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이기는 상술은 없습니다. 본성을 자극하는 두 현상을 베이커리 카페에서 보고 있습니다. 재산을 세금 부담 없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람들의 본성과, 배부르지 않고 많은 빵맛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먹다가 버려지는 빵을 양산하고 웅장한 산골짜기 베이커리 카페의 형상으로 드러남에 씁쓸해집니다.
오늘 아침은 차 한잔과 모닝치즈빵 한 조각으로 브런치를 대신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