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너무 오랫동안 반복되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반복된 믿음’이 반드시 ‘사실’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믿어온 상식일수록, 그것이 틀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을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 말하는 ‘fittest’는 강한 자가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오해는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정책, 교육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쳐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중에도 이와 같은 오류는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것은 과학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을 내려놓는 일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특히 건강과 관련된 비상식적 정보나 뉴스들은 차고 넘치고 개인의 경험이 보태져서 확고한 사실로 똬리를 틀게 된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혈액형 성격론’이 꽤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A형은 꼼꼼하고 소심하며, B형은 자기중심적이고 자유분방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수십 년에 걸쳐 심리학과 유전학 연구가 이뤄졌지만, 혈액형과 성격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입증한 연구는 없다. 오히려 혈액형 성격론이 주는 프레임이 사람의 자아 형성과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혈액형에 맞는 성격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되고, 이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형태로 현실화된다. 혈액형 성격론은 과학이 아니라 문화적 편견과 미디어에 의해 강화된 신화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B형이지?”라는 질문은 여전히 일상에서 농담처럼 오가며, 과학적 사고를 흐리고 있다.
'인간은 뇌의 10%만 사용한다"라는 문장은 영화나 소설, 심지어 자기 계발서에서조차 자주 인용된다. 뇌의 나머지 90%를 쓰게 된다면 우리는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과학지식이다. 현대 뇌과학에 따르면, 인간은 뇌의 대부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한 번에 모든 영역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휴식 중에도 뇌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나 EEG(뇌파검사)를 통해 관찰하면, 우리가 단순히 TV를 보거나 산책을 할 때조차도 뇌 전체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 신화’는 정확한 출처조차 불분명하다. 일부는 아인슈타인의 언급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런 기록은 없다. 이 오해는 인간의 잠재력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장된 수사이자,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전형적인 ‘가짜 지식’이다.
비타민C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믿음은 지난 수십 년간 광고, 건강서적, 영양제 산업에 의해 확산되었다. 특히 20세기 중반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이 비타민C의 효능을 극찬하면서 과학적 논의는 대중적 신화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이 고용량의 비타민C를 섭취한다고 해서 감기의 발병률이나 회복 속도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부 극한 환경(예: 마라톤 선수, 북극 탐험가 등)에서는 예방 효과가 미세하게 나타났지만, 이는 일반 대중에게 적용할 수 없는 매우 특수한 조건이다. 과도한 비타민C 복용은 오히려 신장결석, 소화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C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적정량’ 이상을 복용한다고 해서 특별한 면역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감기 기운이 들면 무조건 ‘비타민C 폭탄’을 선택하며, 이 잘못된 믿음에 의존한다.
철학자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진리를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사랑할 뿐이다.” 이 말은 오늘날 정보 과잉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사람들이 ‘팩트’보다 ‘익숙한 것’, ‘위로가 되는 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두려움 때문이다.
과학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기존의 지식을 의심하며, 새로운 설명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 여정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지가 아니라 확신에 찬 무지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오류다.
다윈의 ‘적자생존’처럼, 단어 하나의 오역이 인간의 역사와 사고방식을 바꾼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진실인지, 아니면 단지 오래된 믿음인지. 잘못된 상식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내가 틀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