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사회에서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이 은근히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골프 회원권이다.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도 한 달에 두세 번 필드에 나가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급여생활자들은 거의 꿈에 가까운 경지다. 그만큼 비싸다는 것이다.
골프장 개인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부의 상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킹 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원권 사는 초기 비용이 큰 것에 대한 보상이기에 그렇다.
코로나 팬데믹 때 형성된 골프장 그린피는 아직도 천정부지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그나마 요즘은 부킹 하려고 골프장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용률이 떨어진 것만은 확실하다. 이용률이 더 떨어져야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그린피가 내려갈 텐데 아직은 골프장들이 버티는 형국이다.
물론 돈 없는 찌질이의 항변이다. 비싸면 안 가면 되는데 그냥 르상티망의 불만이다. 서울 근교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보통 18만 원선이고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경기도 밖에 있는 골프장들이 15만 원선이다. 주말에는 25만 원대, 비싼 곳은 36만 원 대도 있다. 그린피만 그렇다. 카트비, 캐디피를 추가로 내면 주중에 가도 기본 25만 원이고 식사 두 끼는 기본적으로 같이 해야 하고 오며 가며 차량 기름값, 고속도로 이용료를 합하면 골프 한번 치러 가면 30만 원은 까먹어야 한다. n빵으로 나눠내도 그렇다. 비싼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그 돈이면 6개월치 동네 피트니스센터 등록비용이다. 내 주변 사람들을 봐도 주말마다 골프장 가던 부류들은 모두 거래처 접대를 빌미로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다. 자기 주머니 돈으로는 언감생심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돈이 비싸다고 생각되면 골프채 접는 게 맞다고 본다. 괜히 비싸네 어쩌네 구시렁거릴 필요가 없다. 내 몸에 안 맞으면 벗어버리면 된다.
그런데 요게 잘 안된다. 골프도 중독이다. 한번 맛 들여놓으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도박중독자가 손가락 끊어 맹세를 해도 나중에 발가락 사이에 화투장 끼워 노름판에 있는 거와 똑같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중독의 하이웨이에 올라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중간에 비싸서 그만두었든, 운동신경이 없다는 핑계와 흥미가 없다고 그만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골프 관련 글을 쓰려다 보니 비싼 그린피에 흥분했나 보다. 글이 산으로 가고 있다. 골프장 찾아 가나 ㅠㅠ
사실 오늘 골프 관련 글을 쓰는 이유는, 동갑내기 사회 친구모임을 매달 한 번씩 하는데 어제 모여서 하반기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중에 나온 에피소드 때문이다.
매달 셋째 주 목요일 모여서 점심을 같이 하며 우애도 다지고 정보전달도 하는 스스럼없는 모임으로 벌써 15년 이상 모인 듯하다. 상반기, 하반기로 한 번씩 야유회 겸 단합대회 형식의 여행을 하는데, 이번 하반기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모으다, 상반기에는 문화답사 트레킹을 했으니 하반기에는 골프를 치러 가자고 중지가 모아졌다.
모임 멤버가 20명 정도라 골프장 부킹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이때 한 친구가 자기가 골프장 회원이라고 자랑스럽게 치고 나온다. 지역주민이기도 하고 회원이니 부킹정도는 어렵지 않다는 은근 파워 자랑이다. 다른 친구들도 내심 "와우! 센데"의 부러움이 작동한다. "어느 골프장 회원인데?"
"경북 울진에 있는 마린 cc" "우이씨~~ 서울서 어떻게 거기까지 가? 1박 2일은 가야겠네. 그런데 회원이면 그린피 얼마야? 동반자 할인은 가능해?"
"어! 당연히 할인 가능하지. 회원 2만 원 할인!" "뭐! 2만 원?"
"어! 인터넷 회원!"
우이씨~~ 골프장 회원 그것도 인터넷 회원을, 골프장 회원권 소유자로 확대 해석한 다른 친구들의 오해가 빚은 해프닝이었다. 커피숍이 떠나갈 정도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한바탕 웃고 결국 파주에 있는 골프장에 부킹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인터넷 회원 말고 진짜 회원권 소유자 없소?? 10만 원대 정도로 칠 수 있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데 --- 집 팔아서라도 가라는 가을 골프의 계절이 왔지만 그래도 그린피는 너무 비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