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고 생각을 전하는 커뮤니티 중에서 Daum 플랫폼의 '브런치 스토리' 입지는 확고하다. 나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던 2020년 봄부터 작가 등록을 하고 거의 아침마다 글을 써서 공유하기 시작한 이래, 1,256개의 글을 게재하고 있다. 팔로워 수로는 788명이고 , 오늘 아침까지 전체 누적 조회 수가 1,481,280회를 넘고 있다. 올린 글의 개수에 비해 팔로워 및 조회 수가 많지 않은 듯하여, 다소 의기소침할 때가 있다.
물론 글이 담고 있는 콘텐츠 품질의 문제임을 안다. 독자들의 깊은 관심을 끌만큼 심도가 깊지 못했음을 자인한다. 한 주제나 담론을 연결성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해 벌어진 현상이다. 사실 어떤 내용의 글을 쓰면 조회 수가 늘어나는지 선험적으로 알게 된다. '브런치 스토리'에 올라오는 글들의 추세를 봐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음식과 식당, 카페 이야기, 국내나 해외여행 이야기, 그리고 최근에 많이 보이는 글 중에 '이혼'관련 콘텐츠들이다. 깊이보다는 소소한 일상이나 자극적 사실 전개를 통해 쉽고 편하게 글들을 소비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글의 소재에 대한 다양성은 인정해야 한다. 눈에 거슬린다는 콘텐츠는 오로지 '자기 눈'에만 그렇다는 의미일 수 있다. 조회 수가 많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뜻이고 그 관심에 영합하여 글을 만들어내고 조횟수를 늘리고 자기만족을 하는 사이클 중독에 빠진다. 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능선이다.
하지만 글을 써서 공유하다 보면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음을 고백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내 글을 몇 명이나 읽었는지 조회수 숫자를 쳐다보게 된다. 자랑질하듯 글을 올려놨는데 하루에 100명도 안 읽은 것을 보게 되면 무언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 된다. 조회 수가 글을 계속 쓰게 하는 마약과 같아서 떨쳐내기가 정말 어렵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인데 어차피 공유한 글을 많은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어쭙잖은 자만심이다. 글의 품격을 먼저 봐야 하는데 말이다.
이럴 때 글 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게 되는 경우가, 글 아래 따라붙는 댓글이다. 댓글 한 줄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잘 읽었다'는 댓글 한 줄이나 간단한 감상평 또는 공감 표시 하나가 글 쓰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숫자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물다. 물론 글의 품질에 따라 공감의 차이가 있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글 하나에 댓글 하나 달리기 쉽지 않음을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댓글 숫자보다는 조회수 숫자에 연연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다 달리는 댓글이 있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반드시 답글을 달아주게 된다.
하지만 글 써서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후벼 파는 댓글들이 가끔 섞여 있다. 글에 대한 반론이나 자기 의견이랑 안 맞는다고 험담하는 댓글들도 가끔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글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 수 있어 받아들이면 된다. 찝찝하게 뒤끝이 남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근래 댓글 중에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유도 댓글이 심심치 않게 달리는 것을 보게 된다. 로맨스 스캠 유혹 댓글들을 보기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된 듯하다. 이 로맨스 스캠 댓글들에 대한 신고가 급증했는지, 최근에는 "운영 정책 위배로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는 표시와 함께 관련 댓글들이 모두 지워져 있음을 보게 된다.
로맨스 스캠 유혹 댓글들을 보면 뻔하다. 한때 페이스북에서 예쁜 여군 사진을 프로필에 올려놓고 페친 하자고 남성들을 유혹했던 거와 비슷하다.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계속 교류하고 싶다. 카카오톡 계정은 DKFG27인데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싶다. 지금은 싱가포르에 살고 있다. 여름휴가 때 서울 들어갈 예정인데 어디 살고 계시나요?"와 같은 댓글 유형들이다. 여러 다른 계정을 통해 댓글을 다는데 댓글의 형식이 똑같아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사기사건과 같이 한 업체에서 집중적으로 Daum 브런치 스토리를 공략하는 모양이다.
처음에 이런 댓글을 읽으면 이것이 로맨스 스캠을 위한 유혹 댓글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콩깍지 씌우듯이 "우와! 해외에서도 내 글을 읽고 댓글까지 달아주네"라고 읽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유혹 댓글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댓글을 다는 순간, 상대방이 바로 '답장 감사하다'라고 반응한다. 계속 댓글에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에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독자 가입을 해야 하기에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신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다. 커뮤니티의 신뢰 유지를 위해, 이런 로맨스 스캠 유혹 댓글들을 '브런치 스토리'운영자 측에서 정책적으로 지우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 로맨스 스캠 유혹 댓글이 알고리즘에 의해 삭제되고 있음을 눈치채고, 진화된 방법으로 댓글을 달고 있음을 보게 된다. "올리신 글들이 흥미롭고 통찰력이 넘친다. 소중한 콘텐츠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멋진 글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감동의 댓글을 단다. 작가로서 이런 댓글에 답글을 안 달 수 가 없다. 로맨스 스캠 미끼를 물 수밖에 없게 된다.
미끼를 물고 답글을 보내는 순간부터 예전의 로맨스 스캠 기술이 섞인 댓글이 따라붙는다. "소통하며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싶다. 이름은 00인데 지금 싱가포르에 살면서 일하고 있다. 당신은 한국 어디에서 오셨나요?"라는 추가 댓글이다.
로맨스 스캠 사기꾼들의 전략이 기발하게 진화하고 있긴 하지만,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는 작가들을 상대로 댓글로 사기 친다는 근본을 잊은 듯하다. 바로 문장의 전개가 어색하고 문맥이 사기의 전형임을, 작가들은 금방 눈치챈다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글 쓰는 사람들을 댓글로 속이고자 하면 댓글 전개의 일관성과 문맥을 갖춰야 한다. 댓글들을 읽어보면 AI 플랫폼을 이용해 문장을 만들어낸 속내가 들여다보인다. 주어, 목적어, 서술어로 문장에는 틀린 게 없으나 문맥에 맞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 어디에서 오셨나요?"라는 문구다. 문장 구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 어디에서 왔냐?"는 물음으로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묻지는 않는다. 이런 문장을 만들어낸 사기업체 직원들의 글 쓰는 수준이 낮거나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었을 것이다.
로맨스 스캠 유혹 댓글이 진화하긴 했지만 아직 서툴다는 게 다행이다. 이 글을 읽고 사기업자들이 더 진화한 댓글로 작가들을 유혹해 돈을 뜯어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한다.
내 주변에도 로맨스 스캠 사기로 전 재산을 탕진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눈이 멀면 주변에서 아무리 그것이 사기라고 이야기해도 들리지 않는다. 인간의 약한 심성을 사기의 원천으로 삼는 사기꾼들이 발본색원되지 않는 것은, 쉽게 돈 벌어서 편히 살아보겠다는 안이한 삶의 자세에 있는 듯하다. 사기꾼은 인류역사 내내 등장하는 조연이다. 내가 당하지 않도록 사주경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