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 나이 따지는 게 제일 멍청한 짓이다

by Lohengrin

지난주 사법부가 내란 우두머리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을 양형사유의 하나로 들었다. 65세가 고령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과연 1961년생 소띠, 65세는 고령일까?


고령(高齢)은 '나이가 많다'는 표현이다. 통념상 나이로 볼 때, 65세는 나이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도 정년퇴직 나이를 대부분 60세로 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경로 우대 나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법에서도 65세 이상인 사람을 '노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노인 기준 나이를 65세로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하철, 시내버스 등에서는 65세 이상 어르신은 무료 및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어르신들의 이동 편의성을 높여주고 있다. 지공거사가 출현하는 나이가 바로 65세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물관 및 유료 공원 및 다양한 문화시설에서도 경로 우대 나이가 적용되어 할인이나 면제를 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과학 및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계속 길어지고 있어, '노인'에 대한 규정을 상향조정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데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2024년부터 전체 인구 중에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있고, 저출산으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할 생산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단순히 숫자 65가 나이가 많냐 적냐의 시작점을 떠나, 사회 문화적으로 복합적인 변수들이 함께 작동하고 있는 예민한 전환점이라는 소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65세를 노인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주변을 둘러, 61년생 어르신을 찾아보면 솔직히 말해 그냥 형님, 누나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많이 봐야 아저씨 아줌마 수준이다. 신체 건강하시고 팔팔하시다. 어르신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시계를 한 세대 전인 30년 뒤로만 돌려도, 집안 어르신들의 환갑잔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고어가 되어버린 '환갑잔치'다. 그만큼 노인에 대한 기준이 상향조정되었음은 틀림없다.


굳이 65세를 노인이냐 아니냐를 따져 물을 필요가 없긴 하다.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노인 맞으세요?"라고 말이다. 아마 100이면 100, 노인이 아니라고 할 것이 틀림없다. 알량한 지하철무료이용카드 때문에 노인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나이 들어 보이지 않고 싶고, 계속 일하고 싶고, 건강하고 싶고, 또 그렇다고 자부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거다.

"뭐라고? 네가 65세 되어봐, 그런 소리가 나오나!" "그 나이 되면 그나마 있는 임시고용도 안돼, 한 푼이 아쉬운 나이야"라고 할지도 모른다.


65세에 도달한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나이를 받아들이는 느낌과 감정이 다 다를 것이다. 특히나 노년을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해왔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경계는 분명히 드러난다. 어쩔 수 없다.


단적으로 연예인 중에 61년생이지만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다. 가수 주현미, 탤런트 최화정, 나영희, 길은정, 양미경, 김부선, 금보라, 남자 탤런트 중에도 이효정, 김응수, 김한국, 이한위, 이영범, 정재환 등이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인 조지 클루니도 61년생 65세인데 지난해 '제이켈리' 영화도 찍었다.


법적 경로우대 나이는 65세가 맞긴 하다. 하지만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젊게 살기 위해 자기 관리를 하는 시대인지라 '법적인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법정에서는 "비교적 고령"이라는 표현으로 면벌부를 주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하지만 나이가 양형을 줄이는 유리한 조건이 되면 안 되는 범죄가 내란이다. 내란은, 굶주려 빵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가 아니라는 소리다. 국가를 위기에 빠트릴뻔한 범죄이기에 나이 들수록 더 엄하게 적용해야 했다. 괜히 나이 든 사람들만 싸잡아 욕먹는 꼴이 됐다. 나이 들수록 잘해봅시다. 괜히 욕먹지 말고.


"너 몇 살이냐고?" "64년생인데 뭐?"


싸울 때 나이 갖고 따지는 게 제일 멍청하고 하수가 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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