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일보다 새로움에 도전하는 이유

by Lohengrin

올해 여름(2026년 7월),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할 거대한 서사시가 스크린에 펼쳐질 예정이다. 바로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The Odyssey)'다.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화려한 캐스팅은 발표 직후부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으며, 놀란 감독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소식은 이 작품이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시각적·철학적 정점에 다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오디세이'는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의 불멸의 서사시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포세이돈의 저주와 맞서며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고국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10년에 걸쳐 겪는 처절하고도 경이로운 여정을 그린다.

오딧세이.png '오디세이' 영화 예고편 영상 캡처

사실 누구나 결말을 알고 있는 고전 스토리를 다시 영화화한다는 것은 제작자에게 커다란 모험이다. 자칫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대중의 선입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회의론을 확신으로 돌려놓는 지점이 바로 명감독의 역량이다. 똑같은 재료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익숙함 속에서 낯선 전율을 끌어내는 연출력이야말로 거장과 일반 감독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점이 된다.


오디세우스가 걸었던 10년의 귀향길은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 즉 '미지의 땅'을 탐험하는 과정이다. 전쟁의 승리 이후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본래 환희와 안도감이 가득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호메로스는 그 설렘의 통로에 가혹한 시련과 변수들을 촘촘히 배치했다. 이미 가본 길을 되돌아가는 단순한 '복귀'를, 목숨을 건 '모험'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이 극적인 장치는 가족과의 상봉이라는 결말을 더욱 눈부시게 빛나게 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결말을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인간의 상상력이 도달할 수 있는 끝판왕이라 불리는 이 서사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영화감독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영감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바로 '미지의 땅'이 지닌 본질적인 힘이다. 미지의 영역은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동시에, 억누를 수 없는 도전 정신과 호기심을 일깨운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그곳으로 향한다. 모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인간은 결코 발을 내딛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류를 진화하게 만든 근원적 본성이다.

이디세이3.png '오디세이' 영화 예고편 영상 캡처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도와 도전이 멈춘 삶은 생명력을 잃고 정체된다. 진정한 도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Socractic Ignorance)'이 중요하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삶의 방향키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이 주는 설렘 또한 평소 보지 못했던 풍경을 마주하고, 경험하지 못한 맛과 향을 느끼며 나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업무와 일상의 움직임들 또한, 사실 세밀히 들여다보면 매 순간 직면하는 새로움에 적응하고 그 도전을 성취해 나가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사람들은 흔히 '도전하며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이미 도전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떠 한 걸음을 내딛는 행위조차 어제와는 다른 오늘로 나아가기 위한 위대한 시도다. 다만 우리는 그 가슴 떨리는 변화의 순간을 무뎌진 감각 탓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인지의 '테라 인코그니타' 영역을 더욱 정교하고 디테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안다고 착각했던 것들, 익숙함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일상의 경이로움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 나의 무지를 인정하고 미지의 영역을 확장해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깨달을 수 있고, 나아가 내일의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담대하게 꿈꾸고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끝났지만, 우리 각자의 '테라 인코그니타'를 향한 항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그 과정을 '산다'라고 한다.


ps : '오디세이' 영화 예고편 url https://www.youtube.com/watch?v=_n2UiOqW0ZQ

작가의 이전글살고 있는 환경이 삶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