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진실, 몸무게를 줄여라

by Lohengrin

오늘 아침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 일과를 준비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화장실에서 시작합니다. 정년퇴직하기 전과 후에도 변함없는 루틴입니다. 응가하고 양치하고 면도하고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거울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번 합니다.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루틴이 있습니다. 반드시 체중계에 올라서는 일입니다. 체중계의 건전지를 서너 번은 교체한 듯합니다. 그만큼 체중을 달아온 시간이 오래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체중계에 올라설 때 대충 몇 kg이 나갈 건지 알아챌 수 있는데, 그 오차범위가 200-300g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정밀히 예측 냅니다. 오차 범위가 크다고요?

이토록 체중에 민감한 이유는 나만의 '한계 체중'을 설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키 173cm인 나의 마지노선은 70kg입니다. 평소 하루 10km씩 조깅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단 1~2kg의 차이가 달릴 때 무릎과 숨 가쁨에 얼마나 큰 부하를 주는지 몸의 기억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근래 들어 체중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는 절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5년 전 오른쪽 갑상선샘 적출 수술을 받은 후, 현재는 왼쪽 갑상선샘만으로 호르몬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약 복용 없이 잘 버티고 있지만, 한쪽 기능만으로 가동되는 몸이기에 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경계해야 합니다. 체중 증가는 신진대사가 떨어졌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기에, 나에게 체중계는 단순한 측정기가 아닌 건강의 적신호를 알리는 경보 장치와 같습니다.


결국 내가 체중을 조절하는 이유는 생존의 경계선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방편입니다. 다행히 매일 아침 샤워 후 체중을 다는 습관이 내재되어 있어, 큰 무리 없이 자기 절제를 실천하고 있을 뿐입니다.


몸무게를 줄이는 첫걸음은 무조건 체중계 위에 서는 것입니다. 현재 내 몸의 무게는 나의 상태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계산기입니다. 숫자로 명시된 진실 앞에서는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숫자가 가진 정직한 무게입니다.

체중계 위에 서면 '질량'과 '무게'의 차이를 헷갈려합니다. 흔히 혼용하지만, 물리학적으로 두 개념은 엄연히 다릅니다. 질량(Mass)은 내 몸을 구성하는 원자와 세포의 고유한 양입니다. 장소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값이라, 질량이 60kg인 사람은 달에 가서도 여전히 60kg의 질량을 가집니다. 반면 무게(Weight)는 지구가 나를 잡아당기는 중력의 크기입니다. 중력에 따라 변하는 힘의 단위이므로 정확하게는 '킬로그램중(kgf)'이나 '뉴턴(N)'으로 표기해야 합니다.


지구에서 질량(m) 60kg인 사람의 무게(W)는 중력가속도(9.8m/s)를 곱해 약 588N이 됩니다. 반면 중력이 지구의 1/6인 달에서는 무게가 약 98N으로 줄어들어 몸이 아주 가볍게 느껴지겠지만, 나를 구성하는 질량 그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생 지구 위에서만 살기에 중력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질량과 무게를 혼용합니다. 체중계는 사실 우리가 발판을 누르는 '힘(무게)'을 측정하지만, 화면에는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질량(kg)'으로 환산하여 보여줍니다. 말하자면 체중계는 중력의 언어를 질량의 언어로 들려주는 번역기인 셈입니다.


질량은 나의 변하지 않는 정체성이고, 무게는 내가 처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입니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나 라는 존재의 입자는 변하지 않지만, 나를 당기는 환경에 따라 숫자는 달라집니다. 이 숫자를 통해 나는 내가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일원이며, 자연의 법칙을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임을 확인합니다.


오늘 아침 확인한 숫자는 70.6kg입니다. 한계치를 살짝 넘어섰습니다. 오늘 하루는 한 끼 정도 금식하며 입으로 들어가는 양을 과감히 줄여야겠습니다. 체중 감량에서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는 식단에 달려 있습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 가장 잔인하고도 명확하게 적용되는 곳이 바로 우리의 몸입니다. 내일 아침, 체중계의 앞자리를 다시 '6'으로 되돌려 놓겠습니다. 그 숫자를 회복하는 것이 곧 나의 삶의 질서를 회복하는 길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체중계 앞자리를 줄이는 게 가능하려나? 살짝 걱정이 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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