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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Oct 13. 2020

진짜를 골라내는 능력이 경쟁력이다


선선함이 옷깃을 파고드는 느낌이 점점 차가움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지나감은 한치의 거스름이 없습니다. 시간에 거스름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세상의 종말일 겁니다.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일 테니까요. 시간은 바로 우주의 균형에 대한 또 다른 표현입니다. 물론 호모 사피엔스의 인지적 공간과 시간에 한해서 그렇습니다.


기본 전제인 사실을 바탕으로 시작해야 흔들림이 없습니다. 태양이 돌고 지구가 돈다는 사실에 바탕을 해야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고 하루와 일 년이 바뀌는 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에 대한 정보의 습득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자연과학적 정보 취득에 대한 시각을 견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대는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뒤섞여 어느 것이 진짜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입니다. 그 수많은 정보 중에서 알짜를 골라내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입니다. 가치 있는 정보를 연결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택하고 창조적으로 해석해서 적용하는 능력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 정보 경쟁력의 바탕에는 바로 글 읽기와 글쓰기가 있습니다. 글을 읽는다는 독서는, 글로 된 정보를 습득한다는 뜻입니다. 나의 정보가 아닌 주변, 그리고 타인의 정보를 알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독서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읽었다가는 시간과 노력을 버리는 꼴이 되기도 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만한 책인지에 가치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했다면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編義自見)의 정성으로 읽어야 합니다. 백번을 읽으면 뜻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문심혜두(文心慧竇)라 했습니다. "글의 마음을 읽고 이를 바라보는 지혜의 구멍이 열려야 진정한 독서"라는 뜻입니다. 성호 이익 선생은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즉시 메모해 두는 비망록 방식의 독서법인 '질서법(疾書法)'의 대가셔서 메모해둔 것을 모아 책을 내셨는데  성호사설 같은 대부분의 책이 바로 이 '메모의 독서'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그렇다면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글쓰기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글쓰기는 본인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알고 있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표출해내는 것이기에 본인이 생각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은 글로 끄집어낼 수 없습니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만큼만 끄집어낼 수 있다는 비례의 법칙이 글쓰기에는 적용됩니다. 수사를 화려하게 하여 현혹되게 글을 쓰는 것조차 사실은 그 화려한 수사를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항상 조심스럽고 힘든 작업입니다.


글을 쓸 때는 사간의심(辭簡意深 ; 말은 간결하되 뜻은 깊어야 한다) 해야 합니다. 말을 줄이는 수사학이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중국 당나라 때 문장가였던 한유(韓愈)는 "풍이불여일언(豊而不餘一言), 약이불실일사(約而不失一辭)"라 했습니다. "풍부하되 한마디도 남기지 않고, 간략하지만 한 글자도 빠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 글자만 빼도 전체 문장이 무너질 그런 글을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임하는 성현들의 자세는 정말 엄청났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글쓰기에 엄중했을까요? 바로 글은 기록으로 남기에 그렇습니다. 글로 써놓으면 바로 증거가 되고 생각의 수준의 드러납니다. 더 이상 명백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 소홀하고 간계로 글을 쓸 수 있겠습니까? 바로 글은 글쓴이의 얼굴이자 지성이자 몸 자체의 환생인 것입니다.


토고납신(吐故納新 ; 옛 것을 흡수해서 그것을 새 것으로 토해내다)의 자세가 글 읽기와 글쓰기의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매일 쓰는 글이 헛된 유희가 되지 않기를 경계합니다. 그저 수준 낮은 자랑질이 안되기를 채찍질합니다. 아는 것을 나누고 느낀 것을 함께 공감하는 수준의 소박한 공유임에 자족합니다. 제주 살기 15일 동안 글조차 손을 놓은 것에 대해 반성합니다. 15일 손 놓았더니 갈피를 못 잡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역시 반성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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