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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02. 2020

'행복하다'라고 최면을 걸면 "행복"해진다

월요일이라 오늘이 11월의 첫날 같습니다. 뭐 하루 지난 시작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지난주 10월 하고는 확연히 다른 느낌입니다. 출근길에 보이는 가로수의 색깔도 더 노화한 느낌이 듭니다. 숫자가 주는 마력은 이처럼 사람의 감정까지도 지배합니다. '언어가 주는 의미의 장에 갇힌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바로 감정은 본성이 아니라 단어의 개념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가을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되면 파노라마처럼 오버랩되는 형상들이 있습니다. 낙엽, 단풍, 황량함 등등 말입니다. 이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감정이 동시 발화합니다. 예비효과(priming)라고 합니다. 단어와 개념에 좌우되는 감정은 그래서 구성되고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자연의 오늘은 가을비 내리던 어제와 비슷한 기온인 영상 13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는 항상 오르락내리락 파동과 같이 움직입니다. 양자역학에서 이야기하는 입자와 파동의 동시성 성격이 바로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인간만이 자연을 선형적으로 인식하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봐야 하겠습니다. 11월의 시작조차 말입니다.


그럼 자연의 양자역학적 해석에서 평범한 일상이란 어떤 것일까요? 규칙이 반복되는 현상을 평범하다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일이나 사건이 끼어들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속될 때 "그래 평범하게 지내고 있어" "그저 그렇게 살고 있어"라는 표현으로 대신합니다. 패턴의 반복은 생존에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반복된다는 것은 삶에 위협이 없는 형태라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반복해서 행위를 한다는 겁니다.


결국, 평범하다는 것은 삶을 사는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패턴에 익숙해 있다는 겁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어 유전자에까지 각인이 되면 후손에게까지 생존의 비밀로 전달이 됩니다. 오랜 세월 반복되어도 생존에 문제가 없더라는 것이죠. 학습된 반복의 패턴은 무의식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이미 단기 기억, 장기기억의 저장을 넘어 익숙한 몸의 언어로 기억을 하고 있기에 반사적으로 반응을 하게 됩니다.

아침마다 이렇게 글을 쓰는 패턴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이 되고 나면 일상이 되어버린 평범함이 됩니다. 무엇이든지 글로 전할 상대가 있고, 공감을 공유할 상대가 있고 때론 넋두리, 때론 즐거움, 때론 우울함 등 삶에게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풀어헤칠 수 있는 무한의 공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평범함을 무한의 세계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바로 글의 힘입니다.


이렇게 빈 공간을 채우고 성을 지을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이미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을 평범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그 안에서 우러나는 찻잎의 색깔을 닮아갑니다. 평범함 속에 내장되어 있는 패턴의 일부분이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런던정경대학교의 폴 돌런 교수는 행복을 "즐거움과 목적의식이 균형을 이룬 설계된 경험"으로 정의합니다. 설계된 경험!! 주변을 촘촘히 설계하면 원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의를 기울여 무의식적 행동을 부추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예비작업을 거쳐 기본 설정을 하고 약속을 하고 규범을 만들라고 합니다.


독서를 통해 행복을 얻는 사람은 먼저 책을 사는 예비작업을 하고 컴퓨터 화면을 책의 문구로 만드는 기본 설정을 하고 독서클럽에 가입하여 한 달에 책 몇 권을 읽을 건지 약속을 하며 그 틀에 따라 독서를 하는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 맞는 말입니다. 행복은 만들어야 합니다. 전문가는 바로 똑같은 현상 속에서 특별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어떤 현상에 의미부여를 하고 개념을 세워 이론으로 만들어냅니다. 알고 나면 쉽지만 누구나 알아낼 수 없다는 오묘한 법리가 숨어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 녀석 중에 "일상은 정신없이 쫓기고 있지만 행복한 척, 기쁜척하며 산다"라고 합니다. 페이스북이며 인스타그램에도 여행 다닌 것, 맛난 것 먹으러 다니는 것들로 주절주절 채운답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행복해지더라"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단어와 개념이 감정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으로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친구 녀석이 천재임에 틀림없습니다.


행복해지는 법칙을 알았으니 시행을 해 볼까요? 간단하죠.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행복하게 느끼면 되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행복하다"라고 최면을 걸어 행복한 척하면 됩니다. 그러면 세상은 진짜 행복해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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