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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30. 2020

출근길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를 가리킵니다.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온도입니다. 아파트 사이사이로 불어오는 골바람으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집니다. 새벽 출근길, 전철역까지 잠깐 걸어오는데 귀도 시리고 발도 시려옵니다. 귀도 시리고 발도 시리기는 올 겨울 들어 처음인 듯합니다.


그런데 시린 귀를 붙잡고 전철역에 도착하니 개찰구 입구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습니다. 경의 중앙선 전철이 고장이라 7개 전 역에서 멈춰서 있습니다. 혹시나 다시 운행을 하는지 보기 위해 머뭇거려 봅니다. 역장이 나와 버스를 타는 게 좋겠다고 안내를 합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추운데---


그래서 아침 글 쓰기가 조금 늦어졌습니다. 아침 출근 이동 동선이 평소와 다르게 버스 타고 다시 전철로 갈아타고 운행 여부를 살피느라 머뭇거린 시간이 합쳐져 40분 넘게 지체되었습니다. 춥긴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출근 경로를 통해 새로운 분위기의 풍광을 살필 수 있어 좋습니다. 오랜만에 청량리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을 합니다. 시청역 출구에 맞춰 전철 맨 앞칸에 탑니다. 전철이 플랫폼에 진입하고 문이 열리는데 좌석이 텅 비어 있습니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전철이었습니다. 버스 타고 환승하느라 고생했다는 배려로 받아들이고 편안히 좌석에 앉았습니다.

좌석에 앉은 김에 휴대폰 메일로 밤새 들어온 회사 이메일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유튜브도 뒤적거려 봅니다. 평소 출근시간보다 좀 늦어지긴 했지만 텅 비어 있는 전철 칸에 앉아있으니 뭐 이런 여유도 생깁니다. 백팩 속에 있는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을 꺼내 읽을까? 고민하다 그냥 가방여는 것을 중단합니다. 잠시 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10분 정도 자유로워지고 싶어 집니다. 이 선택도 행복입니다. 잡념으로 흘러갈 시간임을 알지만 그 흐름을 인지하고 깨어 있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 온갖 망상이 머릿속을 흘러가는 동안  '다음 역은 시청역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백팩을 다시 메고자 손잡이를 추스르는데  앞좌석에 앉은 7명의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눈 감고 있는 사람, 휴대폰을 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 중에 모두 얼굴만 클로즈업되어 보입니다.


갑자기 '균형'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모두 다른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그 다름의 모두 하나하나가 균형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 생겼다 못 생겼다의 의미는 균형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골격과 유전자의 발현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균형을 맞추어 모양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 얼굴 모습이 그 사람에게는 가장 최적이었던 것입니다. 눈을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 앞 트임 옆 트임을 하고 코를 높여본들 본래의 '균형'을 변형시킨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균형을 변형시켜 놓았으니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보수 유지를 해야겠지요. 그래서 성형은 한번 하면 계속해야 하는 중독의 회로를 따르게 됩니다. 바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최적의 '균형'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현실에 만족하는 삶이 바로 균형의 삶을 사는 최선을 방책임을  오늘 아침 전철에서 보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새삼 느끼고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균형'의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시고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잘 이겨내시고 코로나 19도 피해 다니시길 바랍니다. 올해도 이제 이틀 남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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