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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05. 2021

새로 생기는 용어에 주목하라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도 합니다. 그런데 이 빠른 변화 속도는 어디에서 느끼게 되는 걸까요? 인터넷의 속도가 빨라져서 내가 못 따라간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인프라의 속도가 빠른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속도로 작동하니 빠르고 느림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느리다고 느껴지는 것은 상대적인 대상이 있다는 겁니다. 비교가 되어야 느린지 빠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느리다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못 알아듣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대화중에 내가 모르는 용어들이 섞여 있어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간단히 집에 아이들과 대화를 해봐도 금방 격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홈트 하고 있는데 체중이 안 줄어!" "친구가 영끌해서 원룸을 사버렸다는데요!" 뭐 이 정도면 이미 일상화된 용어라 금방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빠 말에 억텐하느라 힘들어 !" 문자로 "머선129세요?"라고 듣고 보게되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대화가 힘들어지고 자괴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별 아무것도 아닌 용어 때문에 공감까지 놓치게 되니 말입니다. 


세대마다 다른 용어를 사용하여 또래문화의 동질감을 형성하는 일에 좋다 나쁘다의 잣대를 들이댈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인터넷으로 그 확산 속도가 또래를 넘어서 통용되는 단계까지 되어버리니 빨리 따라잡고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은 본인 몫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상용어에 들어와 있는 언어들의 모습을 보면, 줄임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역시 속도를 위주로 한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대면하여 말을 할 때 분위기를 통해 얻게 되는 공감을, 텍스트 문자로 전송하는 시대를 맞아 빨리빨리 문자를 입력하다 보니 줄임말이 득세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조어들이 조악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까지의 언어로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해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낼 때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용어를 접하게 되면 그 용어가 만들어진 배경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새로운 현상을 담고 있을 것이고 새로운 트렌드를 품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계에서는 자기들만의 전문 영역에 해당하는 전문 용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유대감을 높이고 전문성을 공유하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매년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놓은 리서치 회사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은 정말 기발하기까지 합니다. 백과사전의 맨 뒷 구석에 있던 의미를 가져와 붙이기도 합니다. 일반인이 어렵게 느껴야 새로운 용어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용어들이 등장하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져 금방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살아남는 용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 용어는 향후 개념화되어 우리의 의식에 자리를 잡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인류를 Multi Planetary Species(다행성 종)으로 규정하는 것이 일례입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라는 행성에서만 존재해왔는데 이제는 다른 행성에서도 살아가는 종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용어 하나로 인하여 인류를 다시 보게 되고 인류의 미래로 의식을 확장하게 만듭니다. 산업도 여기에 맞춰 우주개발 및 우주여행 관련 쪽으로 넓혀지게 됩니다.


새로운 용어는 이만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 30여 년도 안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젠 세상의 판도를 이끌어가는 용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전기 자동차가 등장하고 탄소배출권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바로 용어의 탄생하고도 맞물려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줄임말 용어들은 저급의 확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문장을 줄여 표현하는 문화가 아니라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 의미를 담아 한 단어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현상에 대한 분석능력과 철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너무 순간을 살고 겉치레로만 세상을 표현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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