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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27. 2021

듣기 싫은 소리는 안 들리는 이유

긴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출근 잘하셨나요? 잘 보내고 잘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열흘을 놀아보니 알겠습니다. 잘하고 잘했다는 것은 무언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표현하는 용어입니다. 목표의 수위야 어떻든, 하고자 하는 수준을 이루어냈느냐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말합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잘했다고 칭찬을 합니다.


어떻습니까? 지난 열흘의 연휴를 칭찬받을만하게 보내셨겠지요? 재충전을 위해 아무 일 안 하고 편히 쉬는 것도 목표이면 족했을 것이고 긴 연휴였지만 코로나로 멀리 여행도 못 가고 집 앞의 공원만 어슬렁거렸다고 해도 그 여유로움으로 대체했다면 충분했을 듯합니다. 많이 아쉽지만 그 가운데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면 또 그렇게 다행스럽게 지나온 열흘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다소 긴 연휴기간 동안 아침 글도 손을 놓고 부담 없는 하루하루로 소일을 했습니다. 아침 글 쓰는 시간을 아침 조깅 시간으로 대체했습니다. 매일 10km씩을 뛰어 어제까지 90km를 뛰었습니다. 연휴 시작할 때 100km를 뛰고자 목표를 세웠는데 나름 얼추 달성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체중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명절이라 기름에 부친 전이랑 산적 등을 많이 먹은 덕에 체중은 현상유지를 했습니다. 체중이 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아봅니다.


조깅을 하는 1시간~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박문호 박사의 자연과학 강의 내용을 재생해서 듣습니다. 뛰기 시작하여 뛰는 속도와 호흡이 일치되는 30분 정도까지는 강의 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몸의 근육과 심장이, 뛰는 속도에 적응을 하는 시간이 되면 귀에 편안히 강의 내용이 들려옵니다. 듣는다는 현상 자체도 이렇게 온몸이 같이 작동해야 함을 알게 됩니다.

귀가 열려있으니 모든 것을 아무 조건 없이 들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중에서도 듣고 싶은 것만 챙겨서 듣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중랑천변 동부간선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차량들의 소음에서부터 중랑천의 물고기를 노리는 검은 가마우지의 울음소리, 옆을 지나는 반려견의 으르렁거림까지, 이어폰 너머 강의 소리에 섞여 들려옵니다. 각각의 다른 주파수 파동으로 고막을 두드리는데 나는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강의 소리에만 청각을 고정합니다. 참 신기한 현상 같지만 그렇게 진화해왔습니다. 안전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기에 그렇습니다. 안전을 위협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청각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하고 회피하게 할 겁니다.


세상의 모든 파동을 들을 수밖에 없는 귀를 가졌지만 그 무한대의 주파수중에 내가 원하는 것만 챙겨 들을 수 있다는 이 현상은 정말 대단한 능력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청각은 더욱 신기한 힘을 발휘합니다. 귀로 들어온 연인의 목소리는 브레인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천상의 소리로 전환이 됩니다.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습니다. 


결국 귀로 들어오는 모든 소리는 브레인이 해석할 때만 가치를 가지게 됨을 알게 됩니다. 들리는 것이 진실이 아니고 내 브레인이 해석하는 것이 현상이 됩니다. 외부세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해석하는 가상의 세계로 작동하게 됩니다. 무엇을 가려들을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들리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작동 기재는 정보의 양과 관련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양질의 정보를 알고 있느냐가 해석의 질도 결정합니다. 정보의 양은 결국 경험에 비례합니다. 공부의 양입니다. 


긴 연휴를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생업에 충실해야 하고 틈틈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래야 세상을 바로 듣고 바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수많은 오류의 주파수들이 들릴지라도 굳건히 바른 정보를 걸려내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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