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Oct 01. 2021

아침 글의 반성

10월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아침 글을 시작하다 보니, 참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정말 안 하고 있구나, 정말 별생각 없이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냥 설렁설렁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목표와 주제도 없이 가끔 눈뜨고 하늘을 쳐다보는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거의 매일 아침 단상을 쓰다 보면 글의 전개에 대해 살짝 고민을 하게 됩니다. 무엇을 쓸 것이며 글의 시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말입니다. 짧은 시간에 쓰다 보니 깊은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써 내려가게 됩니다. 얕은 생각이 물 흐르듯 표면에 드러납니다.


글 쓰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매일 쓰는 것에 만족할 수 도 있지만 그 정도 가지고는 글의 수준을 높일 수가 없습니다. 깊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살얼음판 같은 수준을 매일 나열해봐야 큰 감흥이 없습니다. 감동이 없고 공감이 없는 글은 쓰나 마나 한 낙서에 불과합니다.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습니다. 달력을 쳐다보고 10월이 시작됨을 체크하면서 아침 글 첫 시작으로 끌고 들어 옵니다. 글 시작의 머리글이 됩니다. 쉽게 글을 쓰기 위한 방편이고 전개도 쉽게 하고자 하는 술수이자 글을 길게 늘이기 위한 수작입니다. 매일 아침 글들의 시작이 날씨의 변화와 날짜의 숫자와 달력에 적혀있는 절기들로 채워져 있는 까닭입니다. 물론 그 속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일도 가끔은 있지만 그럴 경우는 몇 번 안됩니다. 나머지는 그저 그런 생활의 잡기를 이어가는 글의 소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글 쓰는 일에 대한 되돌아 봄을 다시 시작합니다. 매일 많이 길게 쓴다고 좋은 일이 아님을 또다시 깨닫게 됩니다. 에세이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를 출간한 지 3개월째 접어듭니다. 두 달이 지난 것입니다. 그래도 1쇄 인쇄본을 모두 소진하고 2쇄 인쇄를 했습니다. 2쇄 인쇄분은 아마 대부분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있을 것이 뻔합니다. 글을 책으로 엮어내고서야 인쇄의 엄중함을 알았습니다. 책에 유일하게 있는 오자(誤字) 하나를 지적하여 알려주신 독자분도 계십니다. 어찌 섬뜩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글을 쓰고 정리하고 수정하고 하는 과정에서 전혀 보이지 않던 오자 하나를 떡하니 콕 집어내신 겁니다. 글쓴이의 손을 떠난 글은 독자들의 영역으로 위치 전환을 하지만 얼마만큼 글쓴이와 독자의 생각 간극이 좁은 가가 좋은 책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아닐까 합니다.


매일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정제된 언어와 감성으로 글을 쓸 것을 약속합니다. 매일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사소한 것들을 묘사하고 전해드리는 일도 좋겠지만 좀 더 생산적이고 좀 더 생각을 할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읽는 글이지만 잠시 눈을 돌려 맑은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한번 쳐다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잡다한 신변잡기를 나열하여 괜스레 글 읽은 시간을 뺏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여기까지 읽으시지도 않고 지워버렸을 수 도 있습니다. 바로 가치에 대한 기준의 차이입니다. 그 기준에 제 글이 맞춰질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읽히는 그런 글로 살아남게 하겠습니다. '공감'과 '좋아요'를 강요하는 유튜버들의 간절함이 얼마나 절실한지 글을 써보면 역지사지가 됩니다. 유튜버들을 힐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상 산다는 일은 말입니다. 반성한다는 것은 탈피입니다. 변태입니다. 새로운 것을 담아내고 다른 것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시작입니다. 그렇게 바뀌어 새롭게 하는 10월의 첫날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월말의 스트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