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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Oct 12. 2021

말하는 것을 보면 직업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용어의 혼동으로 인하여 세상도 다르게 본다. 용어는 곧 개념이다. 세상을 보는 창이다. 언어의 지배를 받는 호모 사피엔스가 갖는 필연이다. 인간 사고의 시작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떠난 인간은 인간으로의 존재가치를 잃는다.


언어는 인간의 인지 작용을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언어를 통해 사물에 가치를 부여해주고 심지어 추상과 상상의 세계까지 만들어낸다. 언어로 인해 창의성이 만들어진다. 이 언어로 만들어진 용어는 심지어 사회 구성원의 범주를 형성하기도 한다. 용어가 통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이다. 신조어가 생기고 그 신조어가 통용되는 사회문화층이 있다. MZ세대가 휴대폰으로 주고받는 문자의 약어들을 기성세대들이 짐작조차 못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용하는 언어나 말투를 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직업군의 사람인지 대충 알 수 있다. 말속에 그 사람이 속한 곳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와 바이오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진들이 나누는 대화가 다를 것이고 문학적 감성이 충만한 시인들끼리 모여 벌이는 시 발표회에서 듣게 되는 언어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각각이 속한 커뮤니티에 따라 통용되는 언어와 용어, 개념이 각각 다르다. 같은 용어와 개념도 그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뜻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언어에는 수준이라는 차별이 존재한다. 고급과 저급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이 아니다. 고급언어와 저급 언어가 있다. 비속어가 있고 고상한 언어가 있다. 차이가 바로 가치이기에 그렇다. 조직 폭력배 양아치들이 사용하는 은어와 전문용어(?)들이 있고 과학적인 전문 학술 용어도 있으며,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부드러운 감성의 용어들도 있다. 어떤 용어와 언어를 일상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느낌과 인지, 감정과 정서에 까지 영향을 끼친다. 고상한 말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언어는 섬세하고 정교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말하는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노력? 많이 알아야 한다.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많이 알아야 선택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나고 그래야 정교한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논리 정연하게 생각을 잘 나열해 문장으로 만들고 이를 언어로 표현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은 듣는 사람의 심리학이라서 듣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달리 받아들이게 되지만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방이 잘 알아듣도록 한다는 것이고 공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많이 알아야 상대방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해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지식이다. 지식은 차이를 발견하는 일이다. 차이가 가치이기에 지식은 가치를 쌓은 모듈의 기본이다. 알고 있는 지식이 얕으면 세상을 촘촘히 설명할 수 없다. 차등이 명백하고 어감이 분명하여 심층적 분별이 가능한 지식이 되어야만 스틸 사진 한 장 한 장 보듯 설명할 수 있다. 지식의 세계는 두리뭉실, 대충이 통하지 않는다. 지식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분이 명확해진다. 아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인지 말이다. 지식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지식은 평등하지 않다.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애매함을 없애가는 과정이다. 애매함은 불안하고 불확실한 세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식을 쌓아야 한다. 결국 지식은 생존과 직결되는 급박한 현실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지식의 차이가 감염률을 결정하고 사망자의 숫자를 나타내고 있는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 고등한 분별을 할 수 있는 지식을 쌓는 일,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생존의 문제였던 것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서 지식의 깊이를 깊게 하고 높이를 높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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