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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Oct 13. 2021

무기력해진다, 가을을 타나 보다

가을인가? 언듯 언듯 무기력 해지는듯한 느낌이 든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시간이 많아서 쓸데없이 딴 생각을 하느라 그런가? 먹고사는데 정신없으면 이런 사유의 사치를 부릴 시간조차 없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출근길에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안고 전철 안에 앉아 있다는 것을, 유체 이탈하듯 바라보고 있는 존재를 발견한다. 전철을 타면 습관처럼 귀에 꽂던 블루투스 이어폰조차 내팽개치고 무심히 지나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말이다.


화들짝 정신을 가다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이런 심리적 침체로 빠져들려고 하는지 주시하게 된다. 밤의 정령이 지배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신체의 반응일 수 도 있다. 눈치채고 있겠지만 똑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지만 어둠의 길이가 발 밑을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저 멀리 산등성이를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어야 할 태양은 아직 잠을 덜 깬 모양이다. 자연환경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어둠의 잔해가 마음과 심리에 잔잔히 깔려든 것이다.


몸은 자연의 일부이기에 당연히 자연의 지배를 받고 영향을 받는다. 자연의 흐름에 공진화하듯 같이 흘러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경을 극복해낸 존재가 인간이 아니던가. 어둠에 물들 수는 없다. 머리를 흔들고 팔다리를 흔들어 어둠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환경을 핑계로 치부해버리자. 빠질 수밖에 없겠지만 빠졌다면 빠져나올 수 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빠져나오는 것이 내 일상을 더 효과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심리적 침체에서 나올 수 있을까? 


목표를 점검하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오늘 내가 할 일을 시간대별도 다시 점검해보자. 시간대별로 나눌 정도의 일이 없다고?


이게 바로 문제의 발단이다. 목표가 없다는 것이 바로 무기력의 원인이다. 무엇인가 해내야 할 것, 쫓기듯 반드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것을 찾아야 한다. 스트레스로 작동하겠지만 이 스트레스가 일을 하게 하고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도구일 수 도 있다. 목표와 스트레스는 양립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다. 정교한 습관의 설계로 두 존재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긴장이다. 긴장은 몰입을 가져온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몰입의 즐거움(Finding Flow)'에서 "자기 목적성을 가진 사람은 하는 일 자체가 이미 보상이 되기에 물질적 수혜라든가 재미, 쾌감, 권력, 명예 같은 별도의 보상이 필요치 않다"라고 주장한다. "자기 목적성이 확실한 사람은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이어서 외부의 보상이나 위협에 휩사리 농락당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에 관여하고 삶의 흐름에 깊숙이 빠져들 줄 안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역시 대가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볼 일이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에는 즉각적인 피드백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도박이나 게임에 중독되는 이유가 바로, 즉각 즉각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횟수가 반복되면 될수록 즉각적 결과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대부분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도 같다. 지고 이기든 결과가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워크홀릭(workaholic)도 일에 몰입하는 경우지만 그렇게까지 될 것까지야 없다. 중독자가 되기 전 단계까지의 몰입. 쉽지 않은 경계이지만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정신건강을 좋게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몰입이 일상이 되지는 않는다. 수많은 유혹이 몰입과정에 끼어든다. 커피도 마셔야 하고 유튜브 동영상도 봐야 하고 남들 다 봤다는 오징어 게임도 몰아서 봐야 하는데 아직 못 봐서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하는 것도 찝찝한 유혹이다. 이런 유혹을 이겨내는 일이 바로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 목표가 명확하면 잡념이 사라진다. 명료해지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침잠하는 마음을 잡아채는 것은 목표를 재점검하고 다시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일이다. 가을이라 가라앉는 마음을 들쑤셔 들떠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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