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Dec 03. 2021

갑상선암 수술을 3시간 앞두고

갑상선암 수술을 위해 어제 오후 3시에 강북삼성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3박 4일 일정이라 오늘 12시경 수술을 하고 일요일 퇴원합니다.

제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그 과정을 이 브런치에 올린 이후에 많은 분들이 검색해서 제 글로 찾아오셨습니다, 접속하시는 분들의 숫자를 보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있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잉 수술 논란도 있기는 하지만 전문 의료진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라는 판단입니다,


갑상선암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는 많은 분들의 관심을 접속 키워드로 보면 '갑상선암 증상' '갑상선암 크기' '갑상선 결절' 등이 주를 이룹니다. 대부분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거나 관찰 소견을 들었다는 의미입니다.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다른 사람들의 상황이 궁금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뜻입니다.


저는 3년 전 회사 건강검진 시 갑상선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우연찮게도, 매년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해왔는데 검사 전에 먹는 관장약이 불편해 그 해에는 내시경을 안 하기로 하고 의료센터를 찾아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매년 내시경 검사를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에 그 해는 거르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의료센터에서 검사비용은 회사에서 지원하는 것이니 내시경을 안 하면 초음파 검사도 가능하니 선택해서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래서 무심코 했던 검사가 갑상선 초음파 검사였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갑상선에 0.3mm의 결절이 발견되었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담당의사의 전화와 함께 초음파 촬영된 CD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악성 일지 모른다" "암일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듣고 그 길로 회사에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 내분비 내과를 찾았습니다. 3년 전에는 결절 크기도 작아서 조직검사를 할 수 없는 수준이라 1년 단위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한시름 놓고 3년을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9월, 재검사를 하면서 크기가 조금 커졌으면 조직검사를 병행하여 세포 상태를 보자고 해서 검사를 했는데 크기가 0,6mm로 더 커졌습니다. 조직검사도 했습니다. 결과는 갑상선암 판정이었습니다.

3년을 지켜봐 온 탓에 암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전언에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때가 되었나 보군" 정도의 받아들임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께 갑상선암 판정 사실을 알리고 수술 날짜도 잡히고 하고 나니 점점 암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갑상선은 요즘 암으로 치지도 않는다고 계속 최면을 걸어왔지만 주변 사람들의 근심 어린 걱정과 문자들을 계속 보는 순간 점점 검은색 암의 세계로 말려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괜히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것을 공표한 것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만 주변 지인들의 걱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전화가 걸려오거나 문자가 올 때마다 '별거 아닌 일'로 받아넘겼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전, 입원을 위해 간단한 준비물로 캐리어를 싸면서는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프한테는 갑상선 판정 초기에 이야기를 해서 알고 있었지만 집에 두 아이들한테는 알리지 않았었습니다. 미리 알고 있어 봐야 걱정만 할 것 같아 입원 전날 이야기하자고 했던 것입니다. 캐리어를 싸면서 아이들한테 입원 사실을 알렸습니다. "초기에 발견한 결절이라 큰일이 아니고 간단한 수술임을 강조"해서 염려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왜 이제야 이야기하냐"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만 미리 걱정하여 마음고생할까 봐 더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알고 있겠지요.


그렇게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아무 일도 아닌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의 3박 4일 여행을 왔습니다. 어제 집에서  병원에 올 준비를 하면서 샤워를 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그동안 참았던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밀려왔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닐 텐데 감정이 머릿속을 지배하니 눈물이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샤워기를 틀어놓고 한잠을 울다 나왔습니다. 그리고 수술 잘 마치고 돌아오겠다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붉어진 눈이 보일까 봐 아이들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뒤돌아서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현관문을 나왔습니다. 병원까지 같이 오겠다는 걸, 병원에 가봐야 코로나로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하고서는 혼자 캐리어를 끌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 버스를 탔습니다.


오후 3시 병원에 도착하여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 배정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그제야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조금 있다 수술실로 들어갈 때는 또 다른 감정이 지배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간은 그저 담담한 심정입니다. 지난밤에는 두 차례 정도 잠이 깼습니다. 왼쪽 팔뚝에 링거 주사기가 꽂혀 있어 불편하기도 했을 겁니다.


조금전 주치의 선생님께서 병실에 오셔서 수술에 대한 말씀을 하고 가셨습니다. "크기가 얼마 안되는 초기시라 2.5cm정도 절개하고 수술할꺼라고. 오른쪽 갑상선만 떼어낼거라"고 하십니다.


수술 들어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글쓰기도 중단해야겠습니다. 왼쪽 팔에 꽂혀있는 링거줄에 피가 살짝 역류를 합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정맥으로 링거액이 들어가는데 지금 손을 쓰고 있어서 그렇답니다. 일단 중단하고 수술하고 나와서 그 과정 및 심경의 움직임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생살을 째고 신체 일부를 떼어내니 아픔도 동반하겠지만 별 일 아닌걸로, 그저 한 숨 자고 나면 말끔히 암덩이가 떼어져 있겠지요. 여러분의 사랑의 힘으로 잘 버티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종이에 쓰지 않으니 필체가 더 엉망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