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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01. 2022

근하신년(謹賀新年),시간을 멈추는 방법

2022년 첫날입니다. 어떻게 첫날을 시작하고 계십니까?


항상 반복되는 것이지만 지금 이 시간이 어제 시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피엔스의 시간에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시간을 인지하는 존재가 오직 인간뿐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공간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관계가 변했다는 뜻입니다. 밖의 차가운 공기는 태양의 에너지가 지평선 너머로 간 이후 태양의 그늘에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차가움도 역시 공간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을 시간이라 합니다.


인간은 자연이 부여한 시간 중 보편적으로 100년 정도만 향유할 수 있습니다. 각자에게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데 이 시간이 세상을 보는 기준이 됩니다. 내가 늙는다는 자체는 주변에 비해 흐르는 시간이 빠르다는 현상입니다. 북한산의 바위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천년만년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의 변화보다 북한산 바위의 변화가 더 느리기 때문입니다.


빅뱅 이후 우주만물 중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137억 년 우주의 진화 중에 우리 은하의 태양이 만들어진지 50억 년이 흘렀고 지구 나이 46억 년입니다. 영원할 것 같은 태양도 50억 년 정도 지나면 핵융합을 끝내고 적색거성으로 변해갈 겁니다. 그 사이에 지구는 태양에 끌려들어 가 우주의 먼지로 전환을 할 거고요. 100년만 허락된 인간의 시간으로는 그저 오지 않을 상상의 영역일 뿐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우주의 기원을 들여다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난 크리스마스 때 로켓에 실려 라그랑주 지점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 달 여가 지나 무사히 궤도에 안착하여 데이터를 보내오게 되면 세상의 시간을 달리 보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에게 시간이란 그런 것입니다. 초침과 분침이 돌아가고 디지털 숫자가 변하는 것을 통해서만 시간을 인식하고 태양과 달이 뜨고 짐에 따라 하루의 시간을 눈치챕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렀음을 눈치챈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 에너지를 사용하고 생존해있다는 것의 증명이며 그 원인의 귀결로 인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당위성을 갖습니다. 인간의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임인년 새 아침의 태양이 산 너머 고개를 내밀 것입니다. 이미 붉은색 존재의 후광을 비치며 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태양에 덧입힙니다. 그렇게 2022년 첫날의 태양은 작동을 시작합니다.  영하의 차가움을 밀어내고 대지의 온도도 올릴 겁니다. 주차장 차량 창문의 서리도 서서히 녹일 것이며 햇살 닿는 모든 것에 생명의 에너지를 전달할 겁니다. 임인년 한해로 정의된 365일의 첫날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밝은 태양과 함께 시작하니 올 한 해도 밝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말입니다. 이제부터 시간은 내가 관장하고 내가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절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움직이고 부딪치고 해야 무언가 부스러기라도 남을 수 있습니다. 시간은 예고입니다. 다가가 도전해야 천천히 가는 게 시간입니다.


역시 올 한 해 시간을 멈추는 것도 나에게 달려 있음을 직감합니다. 박차고 일어나 맞서 보시죠. 흐르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의 절대자로 나를 재부팅하시고 부스터도 장착해보시지요. 올 한 해의 시간을 가슴 떨리는 흥분으로 맞이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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