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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30. 2022

카톡 글, 소통인가? 쓰레기인가?

연령대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침마다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자신이 보고 괜찮다고 하는 글들을 퍼서 전하는 부지런한 지인들이 상당히 많다. 나에게만 해도 매일 아침 카톡으로 성경 경구를 보내주시는 분도 계시고 정말 1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좋은 글'을 보내주시는 선배님도 계신다. 또한 여기저기 정보지들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가깝게는 여러 지인들과 개설한 단톡방에서는 아침마다 문안인사 한 마디로 하루를 여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다들 알겠지만 아침마다 "좋은 아침입니다" 한 문장 써서 단체 카톡방에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것도 정성이 있어야 가능하고 카톡방 멤버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매일 똑같은 상투적인 문장을 올린다고 귀찮아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물며 여기저기 '좋은 글'들을 모아 아침마다 보내주는 사람의 정성은 정말 하늘에 닿아있을 만큼 큰 것임은 자명하다. 매일 보내주는 정성에 읽어보게 되고 마음이 바뀌게 된다. 지속의 힘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매일 보내오는 카톡의 글들을 제대로 읽어보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특히나 나에게 매일, 마음의 경구들을 보내오는데 이 글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본인의 글이 아닌 현인들의 경구가 담긴 카톡은 특히나 안 읽게 된다. 죄송하게도 그렇게 퍼오는 글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이란 전적으로 읽는 사람의 몫이다. 보낸 사람은 그저 현인의 경구가 괜찮다는 생각에 편집을 해서 보냈고 그 문구를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보태졌을 것이다. 보내는 사람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그 글을 받아들이고 감동하고 안 하고는 읽는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이렇게 카톡방을 노크하는 소리가 대여섯 개 이상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스팸문자처럼 쏟아지는 카톡방의 문자 홍수는 공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카톡 문자 글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나의 문제다. 매일 아침 카톡 문자가 오기에 열어보지도 않고 지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 안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 그저 그럴 것이다라는 지레짐작으로 평가절하되어 지워지고 만다. 문자를 지우게 만들어 나를 귀찮게 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아예 카톡 문자 차단을 하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아 차단도 못하고 귀찮지만 매일 지우는 것으로 예를 다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


오늘은 카톡방에 쏟아지는 모든 문자들에 시선을 주어 보기로 한다. 나에게 문자가 왔다는 것은 분명 어떤 사연과 이유가 달려있을 것이다. 성경 문구를 보내신 분은 나에게 신앙생활을 갖기를 은연중에 바라시고 계실지도 모르고 가볍게는 성경 문구를 통해 하루의 생각을 다잡아 보라는 정성 어린 권유일 수 도 있다. 특히 내가 가장 싫어하는 카톡 문자 중의 하나인 꽃이나 노을 풍경 속에 상투적인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라는 문구를 편집해서 보내온 것일지라도 눈길을 한번 주어보자.


뻔한 문장의 글이지만 한참을 들여다보면 그 글 뒤에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다음부터는 글이 아니라 사람이 보인다. 참 고마운 사람 말이다.


우리는 매일 카톡을 통해 존재를 확인한다. 살아있음의 확인이요. 소통하고자 하는 간절함이고 잊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이러한 간절함을 그동안 귀찮아서 지워버렸다. 너무도 뻔한 내용일 거라는 만용이, 보낸 이의 정성을 걷어차버렸다.


이 아침을 기해 반성을 한다. 나에게 보내오는 그 어떤 글이나 사연이라도 한 번은 읽어보기로 한다. 분명히 그 안에서 느끼고 다가오는 것이 있음을 눈치채게 될 것이다. 그동안 너무 건방지게 카톡방의 글들을 폄하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뒤돌아 보게 된다. 카톡방에 진주들이 가득함에도 진흙만을 보았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 진주들은 보낸 이들의 정성이다. 감사해하는 마음으로 카톡방 글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든다.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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