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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07. 2022

옷은 몸을 감춰주기도 하지만 마음을 드러나게도 한다

여름의 정점으로 가면서 장마도 오락가락하니 습도가 장난이 아니다. 전철역까지 걷는 5분여 시간이지만 땀이 셔츠를 적신다. 등에 맨 백팩도 공기의 흐름을 가두어놓고 있어 한쪽 어깨로만 맨다. 양쪽 어깨로 맨 것보다 훨씬 등이 시원해진다.


요즘은 출근길 전철에서 넥타이 맨 셀러리맨 보기가 참 힘들다. 대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는 덕분인 듯하다. 기업들의 복장 자율화로의 전환은 정말 잘한 일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려면 정말 사우나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 나도 넥타이를 안 매고 출근한 지가 5년여 정도밖에 안 지났다. 지금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라고 하면 글쎄 아마 넥타이는 주머니에 넣고 사무실에 가서 맬 것 같다.


넥타이에 양복은 직장 다니는 셀러리맨의 상징과도 같은 복장이었는데 서서히 옷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있다. 아직도 사람을 많이 만나고 타 기업들을 방문해야 하는 영업직 직원들은 넥타이 정장 차림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넥타이에 양복 차림이 주는 정갈함이 비즈니스맨의 태도를 결정하고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 더위에 꼭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하고 다녀야 돼"라고 할지 모르지만 옷은 그 사람의 대화의 방식이자 표현의 도구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바로 옷은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입어야 한다. 공동생활을 하는 데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관습에 따른 예의로까지 비친다. 장례식장에 검은색 위주의 옷을 입고 가는 것은 사회의 관습에 따른 행위이다. 우리 사회가 슬픔을 대하는 행위를 검은색과 매칭 되어 있기에 그렇다. 반면에 즐거운 파티에 초대를 받을 경우에는 밝은 색상의 옷을 입게 된다. 드레스코드가 있는 행사들도 많이 있다. 

크루즈 여행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턱시도를 슈트케이스에 넣고 가야 한다. 유람선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날 있어야 하니 밤마다 선상에서 파티가 있고 바에서는 무도회 같은 춤을 추기도 한다. 참석하고자 하는 파티마다 드레스코드가 있는데 남자는 정장에, 여자는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입장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크루즈에서 드레스를 빌려주기도 하지만 한국 여행자들이 가장 적응 못해서 못 가는 여행이 바로 이 크루즈 여행이라고 한다. 이런 파티문화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크루즈 여행에서 저녁마다 펼쳐지는 파티에 참석하지 않으면 진짜 할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렇게 지루하고 무료한 여행이 없다. 결국 카지노에 가서 여행비 탈탈 털리고는 다시는 크루즈 여행 안 간다고 다짐을 한다. 놀 줄 모르는 전형이다. 아니 그렇게 놀아보지 못했고 어떻게 노는지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알아야 놀 수 있고 알아야 즐길 수 있다.


옷은 입은 사람의 마음을 겉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제복을 입는 군대의 경우는 군복이 곧 부대의 상징이자 절도이며 영예가 되고 항공기 승무원의 제복은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다.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상태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수욕장에서는 비키니를 입고 비즈니스 상담을 할 때는 정장을 입는다. TPO에 따라 옷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고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다. 옷 입은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심리상태와 여러 상황을 눈치챌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입을 옷을 고를 때는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고 선택을 해야 한다. 옷으로 나를 드러내는 일인데 어떻게 표현할지 조합을 하는 일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습기 많고 더위가 짓누르는 오늘 같은 경우에는 땀냄새 풀풀 풍기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발걸음도 중요해진다.


옷은 신체를 감추기도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나만 시원하면 되지'가 되면 천박해 보일 수 있다. 남들의 시선을 꼭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행위가 옷 입는 것이라고 하면 신경 써서 옷 선택을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지금 거울에 비치는 옷차림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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