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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06. 2022

갑상선암 수술, 6개월 경과 검사 보고서

어제(5일/화) 오전에 강북삼성병원 갑상선암센터 외래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12월 2일 입원하여 다음날, 갑상선 두 쌍중 0.6mm 암이 발견된 오른쪽 갑상선 적출 수술을 하고 3박 4일 만에 퇴원을 한 바 있습니다. 6개월이 경과되어 지난 6월 24일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 X레이 검사를 거쳐 어제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결과를 먼저 알려드리면 주치의 선생님 왈 "만족할만한 수술 경과 상태를 보이고 있어 호르몬제 처방도 아예 끊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현재 하루 0.075mg의 호르몬제 용량을 0.025mg으로 낮추어 약 처방을 하고 2개월을 지켜본 다음에 아예 끊는 것을 하자고 ~~ 또한 그동안 6개월을 먹었던 고용량 아연(50mg), 세레늄(0.20mg) 복합약도 내일부터는 끊고 종합비타민제로 대체 처방하겠다"라고 합니다.  수술 후 경과 상태가 좋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지난 6개월 동안, 혹시 목소리에 변화가 있었는지, 몸 상태와 컨디션이 어땠는지 물어보십니다. 수술 이후 술을 자제한다거나 하는 조심스러움도 있었지만 체중이 불어난다든지, 목소리가 쉰다든지 하는 변화는 전혀 없었습니다. 1시간 이상 말을 하거나 노래를 크게 불러본 적이 없어서 목 상태를 점검해보지는 않았지만 수술 이후 불편한 감은 전혀 없습니다. 


한편 저는 수술 전용 다빈치 로봇을 활용한 수술을 하지 않고 목주름 부위를 직접 칼로 절개하여 갑상선을 적출하는 수술을 한 관계로 목에 2.5cm 정도의 일자 흉터가 생겼습니다. 목주름을 따라 절개를 하여 외관상 옆 피부와 색깔이 달라져 있어서 그렇지 흉하게 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피부 재생을 도와주는 패치와 스프레이를 그동안 지속적으로 도포를 해주고 있는 관계로 잘 재생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이라 목이 많이 노출되는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그냥 봐서는 수술 자국인지 잘 모를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뭐 나이 50대 중반에 목에 칼자국 하나 정도 있으면 어떻습니까? 훈장이라 생각하고 있으면 속 편하고 혹시 동네 깡패라도 만나면 "나도 목에 칼 댄 사람이야! 무서울 게 없는 놈이란 말이야"라고 들이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외래 검사에 대한 결과를 듣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혹시나 다른 쪽 갑상선으로 전이가 될 조짐이 있다거나하는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이 앞섰었는데 잘 지나간 모양새라 다행입니다. 2개월 후에 다시 혈액검사를 하고 추가 경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하고 2개월치 약 처방전을 받아 들고 나왔습니다.


매일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지만 알약이라 매일 아침 목 넘김이 껄끄러운 게 사실입니다. 수술 후 처음 6개월이었던지라 알약의 크기가 조금 크고 아연 복합제랑 위장약, 종합비타민제랑 해서 같이 먹다 보니 한 번에 삼키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오늘부터는 아연 셀레늄 복합 정은 안 먹어도 되고 약 용량이 줄어든 관계로 알약의 크기 자체가 엄청 작아졌습니다. 비타민D3는 경구용(2.5ml)으로 한달에 한번 먹는 것으로 전과 같습니다.


작은 변화이지만 나에게는 큰 변화입니다. 암이라는 멍에를 차츰 벗어던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계속 조심하고 관리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암이라는 수렁에서 헤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위안입니다. 남들은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야!"라고 위로하듯 말하지만 당사자는 엄청난 충격과 혼란의 상태 속에 있게 됩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죽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 있음도 직감합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살아있다는 자체가 경이롭고 하루하루가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당해봐야 알게 되고 겪어봐야 힘듬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게 6개월을 지나왔고 이제 2개월 뒤에는 호르몬제까지 완전히 끊어버리고 생생한 몸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동안 걱정해주시고 위로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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