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패턴에 선을 그어 숫자를 부여하고 그 숫자를 시각이라 정의 내렸다. 시간은 시각과 시각 사이의 간격일 뿐이다. 시간 자체는 환상이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전적으로 환상이다. 인간을 제외한 우주의 어느 생명체도 시간이 흘러감을 인지하지 못한다. 생명의 본질이 그러하건대 인간이라고 벗어날 수 없다. 다만 인간은 시간을 정의 내리고 그 내린 환상의 정의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여 종이 번성하는데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똑똑한 개와 고양이조차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인간과 같이 사는 반려동물에게서 조차 시간은 아무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생명에 있어 시간의 개념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아주 유용한 사회적 개념으로 작동하기에 그렇다. 인간에게 있어 시간 개념을 빼놓으면 사회 자체가 움직이지 못한다. 더구나 기술문명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이 시간이 모든 걸 좌우한다. 시간 개념이 없으면 문명이 붕괴된다. 그래서 시간을 착각할 수밖에 없다.
"나고 성장하고 죽는 과정 자체가 시간의 흐름 아니냐고? "
이 시간의 흐름은 인간이 부여한 시각의 변화다. 시간의 흐름은 단지 "인간의 기억과 기억 사이 관계"일 뿐이다. 기억과 기억 사이의 관계를 나열해놓고 그것을 흘러왔다고 언어로 표현할 뿐이다. 언어가 곧 의미로 작동하기에 시간에 흐름의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언어를 떠난 시간의 흐름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인간사회에서 작동하는 시간의 흐름은 복잡 미묘하다. 시간을 돈으로 사기도 한다. 시간이 곧 가치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여름휴가를 갈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보자. 비행기, 기자, 자동차가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편리함을 우선할 수 도 있고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는 것을 우선 할 수 도 있다. 비행기의 경우는 빨리 갈 수 도 있고 편리하기도 하지만 돈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기꺼이 선택하는 이유는 시간을 가장 많이 아껴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놀이동산 테마파크에서는 또 어떤가? 놀이기구 타는데 대기시간이 길어 한참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는데 옆줄에서는 프리미엄 매직 패스나 플랜 잇 패스를 보여주고 우선 탑승을 한다. 돈으로 시간을 사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간이 인간의 편리성과 편안함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시간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내 시간이 아니고 타인의 시간을 줄여주면 돈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시간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동일하지만 돈의 의미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돈은 공평하지도 않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나의 시간을 들이거나 팔아야 한다. 노동이 바로 나의 시간을 들여서 돈을 버는 행위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놀라운 환상이 오늘날 인간의 물질문명을 이룬 바탕이 되었다. 환상을 갖고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기에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나 우주로까지 가는 위대한 능력을 장착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은 흐른다'는 인간의 환상이 신도 만들고 종교도 만들었다. 인류사에 등장한 놀라운 물질문명의 현실은 이렇게 모두 착각과 환상의 현실 구현으로 등장한다. 없는걸 있다고 가정하고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은 인간을 지구 표층을 지배하는 생명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제는 언어에 갇혀 있었던 시간의 의미를 눈치채 버렸다. 절대 불변 같았던 시간이 상대적이었다는 것도 증명해 버렸다. 시간은 철저히 국부적이고 개인적인 현상일 뿐이다. 나의 시간은 내가 만들고 가꾸어야 하는 이유다. 나의 시간을 잘 활용하면 덜 늙을 수 있고 더 밝아질 수 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