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Jul 29. 2022

니들은 행복이 뭔지 알아?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


글쎄 손 들고 있는 사람 거의 없을 듯하다. 오히려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만큼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의미일터다.


내 친한 친구 중에는 매일 행복하다 행복하다 최면을 걸고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행복하지 않을지라도 행복하다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것 같단다.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는 정말 행복해 보인다. 가끔 꼬알라가 되어 SNS에 넋두리를 쏟아내기도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멀쩡한 얼굴에 미소를 보이며 살아있음을 증명해낸다.


행복이 사치가 되어 버린 것일까? 사전에만 등장하는 용어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 자체조차 내려본 적이 거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행복 행복하는데 행복이 무엇인지조차 개념이 없으니 뭐가 행복인지조차 모른다. 이런 불행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행복의 정의부터 찾아보자. 행복(幸福)은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다. 일상에 무엇을 하던 즐거우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사소한 곳에 행복이 숨어있고 널려있음에도 보지 못하고 찾지 못해 누리지 못했던 것이다.


행복에 관한 유명한 콘텐츠 중에 4천만 회 이상 조회된 TED 강연이 있다. 2015년, 로버트 윌딩어(Robert Wildinger)의 "What makes a good life? Lessons from the longest study on happiness"다. 강연 내용은 하버드 대학에서 당시까지 75년간이나 724명의 사람을 추적하여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는지 연구하고 있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보통 연구 프로젝트들이 10년을 못 넘기고 연구자금이 바닥나고 연구에 흥미를 잃어 폐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연구는 세대를 거듭하여 이어져 살아남았다. 역대 최장 기간에 걸친 인생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윌딩어도 해당 프로젝트의 연구를 이어온 4번째 수장이다.


1938년에 시작된 이 행복에 관한 연구는 두 부류의 연구대상자를 선정했는데 한 부류는 하버드 대학교 2학년생 집단이고 또 한 부류는 보스턴 빈민가에서 태어난 소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2015년까지 연구 대상자 중 60여 명이 생존해 지금도 2년마다 연구원들의 설문에 응하고 있으며 지금은 그들의 2세들이 연구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이 75년간의 행복에 관한 연구조사의 결과는 무엇일까? 바로 "좋은 관계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 공동체와의 사회적 연결이 긴밀할수록 더 행복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며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은 매우 유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감을 덜 느낄 뿐만 아니라 중년기에 건강이 더 빨리 악화되고 뇌기능도 일찍 저하되며 외롭지 않은 사람들보다 수명이 짧았다.


또한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안정적이고 공인된 관계를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관계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정 없이 갈등만 잦은 결혼은 이혼보다도 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따뜻하고 바람직한 관계는 건강을 지켜준다. 연구대상자 중에 80대 때에 가장 건강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을 보니 중년기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노년의 인생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건 그들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느냐였다. 50세 때에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들이 80세에도 가장 건강했다. 바람직하고 친밀한 관계가 나이 먹는 고통의 완충제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75년 전 연구를 시작할 때 젊은 대상자들도 부와 명성, 높은 성취를 추구해야만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75년의 연구가 거듭되면서 보여주는 결과는 가장 행복한 삶을 산 사람들은 그들이 의지할 가족과 친구와 공동체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좋은 관계를 맺는 일. 어렵고도 쉬운 일일수 있다. 시간이 들고 노력이 든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손 한번 더 잡아주기만 해도 된다. 스스로 자신의 문을 닫아걸고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점점 더 소외되고 고독해진다. 행복의 최대 적은 고독이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천만다행으로 알고 조금 더 살갑게 다가가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더 사서 책상에 놓아주는 배려도 해보고 우연히 지나다 들린 것처럼 불쑥 친구의 사무실도 가보자. 좋은 관계가 삶의 질과 행복을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믿어보자. 




ㅇ TED 강연 : https://www.ted.com/talks/robert_waldinger_what_makes_a_good_life_lessons_from_the_longest_study_on_happiness

작가의 이전글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놀라운 능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