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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20. 2022

눈치의 오류를 넘어라

한국사람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규정하는 여러 단어 중에 '눈치'를 대표적으로 뽑는다. '눈치가 빠르다' '눈치가 없다' 등으로 표현되는 '눈치'는 fast follower가 되게 했고 대한민국의 국제 경제 사회 위상을 잡게 한 일등공신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눈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다.


오죽하면 '눈치'에 대한 단행본 책이 있을 뿐만 아니라 노래와 영화 제목, 심지어 '눈치 게임'까지 있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 대해 잘 안다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마지막까지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눈치'다. sense나 wit로 번역하기에는 의미 전달이 잘 안 되고 아예 '눈치'의 의미를 정확히 담을 수 있는 단어가 없기에 그만큼 단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눈치'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상황에 따른 조건과 분위기에 맞게 대화하고 행동하는 것을 '눈치가 빠르다'라고 한다. 상황과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한다는 것은 개입되는 변수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개가 얽힌 상황에서도 맥락을 잡아채야 하기에 머리가 팽팽 돌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상대방의 대화뿐만이 아니고 제스처나 표정, 억양을 통해서 직관적으로 간파해야 하니 점쟁이 수준 정도의 눈치가 필요해진다.


분위기 파악이 안 되어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눈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이런 행동이 잦으면 왕따가 된다. 눈치가 빨라야 함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수요소다. 사실 눈치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관찰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힘이 약한 동물이 센 동물을 만나면 꼬리를 내리고 눈을 내리깔고 슬슬 피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도 눈치를 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생존 본능에서 발현하는 회피 반응을 눈치라고 까지 의인화시키는 것은 확대 해석하는 것일 수 있으나 행동의 결과는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회피 반응이 인간으로 오면 힘의 균형을 넘어 감정의 이해로까지 확대된다. 상대방의 감정에 물들고자 하는 것이 눈치다. 눈치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자 이성적이고 의식적인 행위이다. 그래서 눈치가 없으면 공감도 못하고 배려도 못하게 된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니 당연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눈치가 빠른 사람은 비굴하고 아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눈치에도 경계가 있다. 상대방을 내가 눈치 빠르게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나의 착각일 뿐이다. 눈치는 말 그대로 내가 보는 상황 파악의 개괄 정도이기 때문이다. 주관적 판단이자 생각일 뿐이므로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눈치의 오류를 그때그때 수정하고 묻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 스스로 지례 짐작하지 말고 상대에게 물어야 한다. 눈치를 확인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점쟁이의 눈치 수법에 잘 넘어가는 이유는 계속 눈치의 단서를 대화중에 제공하고 있음을 눈치 못 채는 상담자에게 있다. 눈치를 잘 채는 방법은 빅 데이터를 계속 쌓아 그 정보들을 잘 엮어내는 기술이다. 정보가 없는데도 눈치가 빨라 상황에 잘 대처했다는 장황설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한두 번은 가능한 눈치보기일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눈치가 빠른 배후에는 많은 정보가 걸러진 엑기스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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