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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21. 2022

그러면 안 되잖아요

살면서 '해서는 안될 일'과 '해도 되는 일'이 구분된다.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이래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유보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고 개별보다 집단이 생존하기에 더 효율적임을 알아채고 공동체로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에 해야 할 역할을 부여받는다. 소속된 공동체와 조직, 사회에서의 책임과 임무는 당연히 해야 하는 소명이다. 이 소명을 어길 경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고 책임을 지게 된다. 바로 구성원들이 공동의 합일로 만든 법과 제도를 통해 강제하게 되고 구속을 받게 된다. 주로 해서는 안될 일을 제어하는 쪽으로 법과 제도는 작동한다.


'해서는 안될 일'의 정의는 무엇일까? 타인과 소속된 공동체나 조직, 사회에 불편이나 피해를 주는 행위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구분은 공동체 구성원의 합일에 의해 명문화되어 있기도 하겠지만 인간의 양심에 의해 먼저 규정되고 공동체 생활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학습됨으로써 몸에 배어들게 된다. 이기적 독자생존보다 함께 사는 공동 선의 가치를 더 훌륭하게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훈련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삶의 상호의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곧 공진화임을 생물학적 본능으로도 알고 있다. 그래서 '해도 되는 일'보다는 '해서는 안될 일'들을 더 세밀히 규정하고 정하게 된다. '해서는 안될 일'은 생존과 사회의 존립에 악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서는 안 될 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크게는 전쟁이 그렇고 가까이는 수많은 범죄들이 그렇다. 인간이 성선설과 성악설 중에 어느 쪽에 더 기울어져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 물음은 인류사 역사 내내 논쟁거리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두 관점은 혼재되어 있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우위를 점했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 과정의 어느 한 지점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해서는 안될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일은 공동체에 대한 경고의 사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양심의 근본을 뛰어넘을 만큼의 불안과 차별과 차이가 사회에 존재하고 그 범위가 세력을 키우고 있음을 눈치채야 한다. 사회 경제적 약자의 한계가 계속 뒤로 물러나게 되면 극단의 벼랑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 이를 막는 방패 역할을 정부가 정책 시스템으로 하고 사회 조직이 보듬어 안아야 한다. 사회는 공진화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팬데믹과 같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강도가 훨씬 크다는 것은 지금 코로나 상황에서 목도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의 크기가 곧 생존의 확률을 높이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교환 가치인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사회다. 아이디어가 있고 기술이 있어도 이것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회적 제도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실리콘밸리처럼 주차장 사무실에서 대기업이 탄생하는 사회적 구조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막장으로 치닫고 양극단의 벼랑으로 달려가고 있다고는 해도 특유의 情을 바탕으로 잡초처럼 살아온 민족이다. 어려움에 처하면 잿속에 감추어진 붉은 숯불처럼 떨쳐 일어나 산불로 활활 타오르게 하는 기상을 가졌다. 어려움에 빠지기 전에 빠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과정에 미숙한 안타까움이 있으나 그래도 그나마 꺼질 듯 말듯한 불쏘시개에 부채질하여 되살리는 민족혼만큼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기구한 운명이다. 이제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만들기보다는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평이 아닌 비난은 자제하고 남을 깍아내리기보다는 장점을 칭찬하는 일, 그래서 서로의 힘을 북돋우는 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하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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