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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15. 2023

리더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사회지도층이나 기업체 사장, 오너 중에 다혈질인 사람들이 많다. 더 나아가 분노조절 장애자로까지 오해를 받을만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누구누구라고 지칭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자기가 속한 조직의 수장 대부분이 그럴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사회나 조직의 리더들 중에는 왜 분노나 화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리더 중에 용장(勇將)보다는 덕장(悳將)의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 더 존경받고 할 텐데 왜 그런 사람은 드문 것일까? 드물 때는 뭔가 본원적 이유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야 한다.


화와 분노가 왜 발현하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간단히 아침에 출근할 때 운전을 하고 왔다면, 운전 중에 욕이나 화를 몇 번이나 냈는지 헤아려보라. "아~놔~ 저 놈이 깜빡이도 안 켜고 내 차 앞으로 끼어들어와! 박으라는 소리야 뭐야! 교양 없는 놈!" "굼벵이야 뭐야! 왜 못 달려, 그럴 거면 지하철 타고 다니세요 예!" '비도 오는데 짜증 나게 도로는 왜 이렇게 막혀! 왜 이렇게 차를 가지고 나오는 거야 제길" 등등 교통체증의 원인을 모두 앞 차 운전자에게 쏟아붓는다. 자기도 도로 위 차 안에 있는 똑같은 존재라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앞차 때문에 내가 속도를 못 내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바로 분노는 나의 목적이 방해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치고 들어오는 교사범(敎唆犯)이다. 자동차로 출근하는 이유는 빨리 회사에 도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데 다른 차들로 인하여 나의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의 앞길을 방해하는 자, 어떻게든 없애야 하는데 그나마 분풀이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욕하고 화로 드러내는 것이다.


운전하며 화내고 욕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란 소리다. 차 안에서만 울리는 메아리이니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차 간 간격을 줄여 못 끼어들게 하는 옹졸함의 행동도 보이지만 그 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화와 분노를 말로 드러내는 행위가 욕이다. 욕은 거친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가 감정의 근원이기에 날카롭고 거친 욕들을 내뱉으므로써 목적이 방해받는 스트레스를 같이 쏟아내는 행위가 된다. 거친 감정을 내려놓는 본능의 발현이다. 그런데 내 차 안에서만 유효하다는 공간적 한계를 갖는다. 화내는 소리가 내 차 안을 넘어 앞차나 옆차로까지 확산되어 들리면 말싸움을 넘어 몸싸움을 해야 할 테니 말이다. 


이 목적을 방해받는 행위로 인한 분노가 리더들의 세계로 오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리더들은 조직의 다른 멤버들보다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당연하다. 전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서 모든 초기 정보에서부터 최종 의사결정을 내려 진행될 사안까지 알고 있다. 일이 진행되려면 사안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를 종합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확신에 차서 결정한 것이 제대로 진척이 안되거나 회의 중에 다른 의견이 나오면 "그것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 있어"라고 대뜸 호통이 나오고 분노가 치민다. "당신들 제대로 분석은 해봤어?" "월급은 누가 주는데, 밥 버리지 같으니라고, 당장 나가!"소리가 들린다. 자기의 확신에 대한 반대이거나 이해를 못 하는 것에 대한 분노다.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편차를 어느 정도 부하직원들이 줄일 수 있느냐가 그날 회의시간 분위기를 좌우한다. 물론 리더들의 개인적 성품이나 성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 수 있다. 공과 사를 구분하듯이 회사 일을 대할 때 리더들의 분노의 원인만을 들여다보면 그렇다는 소리다. 


리더의 무게이자 왕관의 무게다. 진행하고 있는 회사 일이 잘 되도록 최종 의사결정을 해야 하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는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허허실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놀매놀매 일을 하고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세상일 중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시간을 다투고 방향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로지 리더와 수장의 추진력과 실행력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리더의 확신을 따라오지 못하는 부하직원들과 함께 있다?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하면 같이 죽는데, 더구나 리더의 입장은 멤버들의 생각 수준 이상으로 힘든 위치다.


오히려 화와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리더가 있다면 더 불안해하는 게 맞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팔아먹든지, 월급줄 생각이 없든지 말이다.


그래서 용장이면서 덕장의 풍모도 겸비한 리더가 존경을 받는 것이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부서장이 화를 낸다면 "저 인간 아침부터 열받아 있군. 집에서 싸우고 온 게 틀림없어"라고 치부하지 말고 내가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게 더 현명하다. 리더가 확신하고 있는 사안을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리더의 확신이 잘못된 판단인지조 차도 알고 있어야 조심스럽게 이견도 제시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은 그래서 어렵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화와 분노는 그 안에서 수증기처럼 피어났다 사라지는 스트레스 현상의 표현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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