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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6. 2024

욕 좀 하자

"뭐 이런 개 쌍놈의 새끼들이 다 있지."


아침 신문을 받아 든 1면에 위성정당 총선에 관련된 기사를 보는 순간 드는 감정이다.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뒤에서 욕이나 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면 안 된다는 애정도 품고 있다. 외면하는 순간, 그 놈들끼리 얼씨구나 좋다 모두 해처 먹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이 나오는 모양이다.


어느 특정 정치인, 특정 정당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판에 있는 모든 놈들을 싸잡아 욕을 해도 될듯하다. 잘하는 것은 눈에 안 띄고 못하는 것만 눈에 띄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오늘 아침은 할 수 없다. 유권자를 기만하는 위성정당 투표를 강요하는 정치판은 싸잡아 욕먹어도 할 말이 없음이 틀림없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떻고 통합형 비례대표제가 어떻고는 모르겠다. 일단 복잡하게 꼬아놓은 것은 속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본다. 머리 좋은 나리들께서 같이 패권을 나눠드시겠다는 꼼수라고 본다. 나는 그렇게 본다. 더러운 놈들.


분명 제도를 고치고 새로운 법을 만들고 할 때는 과거보다는 더 나은, 진보된 체제를 가져가 다수의 국민들에게 더 효율적인 질서를 만들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잘해보자고 만든 제도를 교묘히 악용하여 자기들의 이권과 권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용하는 잡놈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화의 표출은 정치에 문외한이고 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무식한 문외한이 하는 악다구니일 수 있다. 하지만 50cm에 이르는 투표용지에 빼곡히 적힌 정당이름을 판독하는 데만도 한참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지구촌 어느 구석의 나라처럼 문맹자들을 위해 그림으로 정당 표시를 하느라 투표용지가 길어진 것도 아니고 유권자를 기만하고자 만든 비례 정당들의 이름을 새겨 넣느라 투표용지가 길어졌다고 하는 것은 개가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다.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후진국이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그래도 위성정당 하나씩 밖에 안 만들었다고?" 에라 이 쌍놈의 새끼야!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 편법을 행했을 뿐이다. 머리 좋은 것인가? 글쎄 더 나쁜 놈일 가능성이 크다. 머리 좋은 놈들 모아놓으니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참으로 그러하다.


사실 욕하기는 쉽다. 더러운 놈들하고 끌끌 혀를 차고 원래 그 물은 똥물이야. 한번 들어가면 다들 그래. 너무도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거기만 갔다 하면 한결같이 똥멍청이가 되는지 안타깝지만 그게 그 세계다. 소시민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권력의 마약에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다. 권력 맛집이 거기에 있다. 한번 맛보면 절대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권력의 카르텔을 만들어 그들만의 욕정을 채우기에 급급해한다.


호모사피엔스 역사의 정점에 이 정치의 권력이 마약처럼 존재해 왔음을 증명하고 있다. 아니 호모사피엔스 이전 포유류들이 가지고 있는 서열 세우기 권력의 본능이 현존하며 작동하고 있는 현장이다.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나는 일임을 안다. 페르시아와 싸웠던 스파르타 300인 전사처럼 한국사회도 300인의 국회의원을 사지로 내몰고 잘 싸워달라고 부탁한 처지다. 잘 싸워주기를 바랐는데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칼질을 하고 있다. 원래 정치판이라는 것이 피비린내 확확 풍기는 전쟁판을, 말로 싸울 수 있게 만든 운동장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전제가 있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입에 발리게 떠들어대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국민'을 들먹이며 '자기들의 이권을 챙기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꼼수'로 권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정치의 수준이 곧 우리 국민의 수준이자 한국 사회의 수준이다. 정치인 탓할 필요도 없다. 욕할 필요도 없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저런 놈들이 활개 치도록 뽑아준 것이 국민이다. "나는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저 인간에게 투표 안 했을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지금은 나를 대신해 그 자리를 꽤 차고앉아 대표행세를 하고 있다. 대표가 아니라 대신해 봉사하라고 보내놨더니 꿀만 빨고 앉아있다. "내 탓이요"를 외치며 가슴을 칠 일이다.


그래서 투표를 잘해야 한다. 투표는 최선이 아니라 최악 중 차악을 뽑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속지 말자.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 표를 던지고 감시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못하면 못한다고 지적질을 해줘야 한다. 우리의 정치 수준이 너무 한심하다고 한탄만 해서는 매번 이 모양 이 꼴이다. 정치판은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우리의 얼굴이다. 더 이상 내가 창피하지 않도록 투표를 잘해야 한다. 뽑을 놈이 없다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더 교활한 놈이 쥐고 흔들게 된다. 한시도 방심하면 안 된다. 정치란 그런 판이다. 눈파고 코베는 그런 판이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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