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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7. 2024

행복하고 즐겁다고 주문을 외워라

살면서 '산다는 것'에 질문을 던진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행복한 것인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고백하건대 나도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눈뜨면 일어나 일상의 시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전부인 듯하다. 정신없이 사느라 여유가 없어서 그런 듯하기도 하지만 아니다. 산다는 것에 질문을 던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가 행복인지, 뭐가 즐거움인지, 언제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아련하거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그렇게 별일 없이 그냥저냥 지낼 수 있고 지내왔음의 반증일 수 있다. 질문하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고 버틸 수 있었다는 증거일터다.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단어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만 해도 그렇다. 무엇을 행복이라 하고 어떤 상태를 행복하다고 하는가?


단어 명사가 모든 것을 쥐고 있다. 단어가 생각을 만들고 개념을 만들고 감정을 만들고 행동을 만들기 때문이다. 말이 곧 생각이고 감정이고 움직임의 시작이다.


행복(幸福 ; happy)은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로 모든 사람들의 인생 목표로 추구되는 기본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탁월성 arete를 행복의 개념으로 해석한 이래 서양철학의 바탕이기도 하다. 하지만 행복은 감정의 상태이기에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누구에게는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첫째 조건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사회적 관계가 더 중요한 행복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정해진 행복의 크기가 없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만들어가고 내가 정의 내리고 내가 만족하면 그게 바로 나의 행복 크기가 된다.

그럼 행복하다는 것과 즐겁다는 것은 동급일까? 수많은 고전과 선인들이 인생삼락을 이야기하는데 그 과정도 행복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공자는 논어 학이편에서 인생삼락을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배우고 때로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와 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하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맹자의 진심 편에도 군자삼락이 있는데, 부모구존 형제무고(父母具存 兄弟無故)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 득천하영재이교육(得天下英才而敎育), "부모님이 다 살아계시고 형제가 탈이 없음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함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라고 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유수종사기(遊水鐘寺記)'에서 "어렸을 때 뛰놀던 곳에 어른이 되어 오는 것, 가난하고 궁색할 때 지나던 곳을 출세해서 오는 것, 나 혼자 외롭게 찾던 곳을 마음 맞는 좋은 벗들과 어울려 오는 것"을 삼락이라 했다.


각자의 행복이라는 소리다. 최면을 걸라는 소리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하면 행복해지고 즐겁다 즐겁다 하면 즐거워진다. 이 무슨 궤변이냐고? 아니다. 정말 행복해지고 즐거워진다. 단어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감정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하나씩 행복했던 사례와 즐거웠던 사례들을 생각의 서랍에 채워 넣어 보관해야 한다. 언제든 꺼내어 되뇔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의 서랍에 얼마나 많은 행복과 즐거움이 담겨있는가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일상의 움직임을 쾌활하게 가져가고 정신도 맑아진다. 모든 것이 존재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기에 행복과 즐거움의 관계로 엮어내야 밝아진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사람만 만날 일이다. 일상을 웃음으로 보내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총알같이 지나간다. 찡그리거나 화낼 시간이 없다.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기에는 삶은 너무도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행복과 즐거움과 웃음은 바로 삶을 제대로 사는 보약이다. 이 단어들을 주문처럼 읊조리며 다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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