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Mar 06. 2024

아이슬란드에서 보내온 사진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많은 여행전문가들이 꼽는 곳이 있다.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와 아이슬란드 빙하투어 그리고 호주 대보초 투어다.


사실 사람마다 여행 버킷 리스트가 모두 달라서 어떤 여행지를 선호할 것인지는 개인 취향일 뿐이다. 무엇을 보러 갈 것인지에 따라 여행지가 달라진다. 교양을 넓히기 위한 문화 여행이라면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이 될 것이고 색다르고 경이로운 풍광을 보기 위한 자연 답사 여행이라면 미국의 그랜드캐년이나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등을 꼽을 것이다. 또한 휴양이 목적이라면 피지와 같이 남태평양에 숨겨진 섬들을 떠올릴 것이고, 맛집 탐방이 목적이라면 중국이나 동남아 유명 도시들을 최고 여행지로 선정하기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께나 해봤다는 사람들이 그래도 최고로 치는 여행지중의 하나가 바로 아프리카와 아이슬란드 등이다.


이들 지역은 알다시피 한국에서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직항으로 연결되는 항공편도 없다. 그러다 보니 여행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 곳이다. 그래서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조차 가지 못하고 남겨두었기 때문에 선망의 지역이 되어버린 경향도 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 오로라 - 김기훈 작가

마침 어제 가까운 지인이신 사진작가분께서 아이슬란드를 여행 중이신데 풍광 사진 10여 장을 보내주셨다. 역시 전문가는 달라도 크게 다르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예술 작품이다. 그냥 혼자보기 아까워 작가님의 양해를 구하고 몇 장을 여러분께 공유해 본다.


사실 아이슬란드는 불과 얼음의 땅이다. 지구 46억 년의 역사와 판구조론을 알면 아이슬란드 자연의 속살을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대서양 중앙해령의 북쪽 맨 끝에 위치하고 있다. 대서양 중앙해령은 대서양 가운데를 동과 서로 나누는 분수령이다. 매년 손톱자라는 속도로 대서양이 양쪽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는 불의 땅이다. 지금도 활화산의 열기로 난방 에너지를 해결하고 있으며 화산으로 새로운 땅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지구생명의 현장이기도 하다. 또한 북극권에 속하는 북위 63-66도에 위치하고 있어 만년설과 빙하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거기에 만인의 로망인 오로라까지 볼 수 있으니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의 버킷 여행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아이슬란드 빙하 - 김기훈 작가

사진 한 장이 주는 경이로움은 대단한 임팩트를 준다. 다큐멘터리 전문 사진 잡지였던 'LIFE'에 실린 사진이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던지는 반면, 이렇게 자연의 풍광을 한 순간 잡아채는 전문가의 시선은 자연의 경이 속에 인간을 집어넣는 마술과 같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나 그 순간을 잡아 끄집어낼 수 없다. 그것이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차이다.


휴대폰 카메라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시간과 색감과 거리감과 구도까지 맞추지는 못한다.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을 전문가 수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쳐도, 화면의 구성을 만드는 감각은 별개의 문제다.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경계다. DSLR 카메라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의 영역이 따로 있다. 사진을 보면 안다.


아이슬란드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며 '와우!' 감탄사만 연발하며 은근히 부러움의 질투가 느껴진다. 여행 버킷 리스트에 또 한 곳의 목적지를 추가하게 만든다. 그나마 오래전에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 있는 해밀턴 섬과 화이트해븐비치, 헤이만 섬(Hayman island)을 갔다 오며 버킷 리스트 하나를 지웠는데 새로운 목적지로 다시 채우게 한다.

아이슬란드 화산이 만든 풍광 - 김기훈 작가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여행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행위일 수 있다. 여행은 모든 조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건강함이 우선이요 둘째는 가고 싶은 곳까지 갈 수 있는 경제력이고 셋째는 그곳까지 가는 결단과 용기가 필수다.

아이슬란드 빙하 - 김기훈 작가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고 부쩍 해외여행길이 잦아진 느낌이 있으나 갈 수 있을 때 다녀야 한다. 시간 날 때 가는 것이 아니고 시간 내서 가야 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리고 그 여행은 삶에 흔적으로 남아야 한다. 시간 보내고 돈만 쓰는 그런 여행은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시간 아깝지 않고 돈이 아깝지 않은 여행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자연이 되었든 문화가 되었든 역사가 되었든 알고 가야 한다. 알고 가야 경이가 보이고 풍광이 보이고 오로라가 보인다. "와우! 멋있는데!" "장관인데" "대단해" 정도의 감탄사만을 남겨서는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 순간을 느끼고 즐기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시간과 돈에 대한 사치를 그렇게 누리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가슴에 담고 삶을 보는 시각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 다양성을 보강하는 기회로 여행이 활용되어야 한다.


아이슬란드의 멋진 풍광이 담긴 사진 한 장이 가슴을 뛰게 한다. 오로라의 현란함에 정신이 혼미하다. 가보고 싶은 꿈을 심어주었다. 황홀한 순간을 잡아 박제화시켜 전해주신 지인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작가의 이전글 느낌과 감정 들여다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