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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5. 2024

느낌과 감정 들여다보기

인간은 느낌과 감정의 동물이다. 느낌과 감정은 '자기 자신'이라는 self에서 출발한다. '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미지다.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 이미지와 내부 장기 기관에서 올라오는 항상성을 유지 연결하는 내부장기 이미지, 그리고 근골격계와 연결된 몸 이미지를 통해 느낌이라는 것을 만든다. 


몸의 모든 감각기관은 이미지를 만드는 기관이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통해 이미지 map을 만든다. 시각은 형태와 색깔과 움직임을 통해 대상의 map을 만들어 이미지를 구성한다. 촉각도 주머니 속 동전을 만지작거려 보면 100원짜리인지 500원짜리인지 구분해 낸다. 보이지는 않지만 촉각으로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것이다. 바로 우리 브레인의 통화량이 '이미지'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 이미지들이 결합되어 출현한 것이 바로 'self'다.


self라는 주관성이 출현하고 나면 바깥 환경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다. 바깥 환경은 나와 관계없는 존재들이다. 맥락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는 self가 바라보는 이미지, 나라는 self가 마주 보고 있는 바깥 이미지가 '대상'이다. 이 대상이 맥락적으로 연결되어야 '사건'이 된다. '나'라는 주관성에 집중하기 전에는 바깥은 나와는 무관한 환경일 뿐이다. 감각기관으로 들어온 외부 이미지와 내 몸의 장기와 골격을 통한 내부 이미지가 개입되어야 '내 것'이라는 대상이 출현한다.


인간은 독특하게도 '언어'를 통해서도 이미지를 처리하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낮 동안에 받아들인 감각적 이미지와 언어 이미지를 동시에 작동시키기에 느낌과 감정은 복잡 다난해진 것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언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 만년 전쯤으로 보지만, 본격적 언어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 것은 10만 년 전쯤으로 본다. 문자는 겨우 5,00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아직도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인류가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호모 사피엔스는 두 가지 생각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비주얼 생각(visual thinking)과 상징적 언어 생각을 동시에 가동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언어는 감정을 전달하는데 적합한 수단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최적화되었다.

이미지와 느낌은 항상 같이 만들어진다. 이미지와 느낌이 결합하여 주관성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형태가 이미지와 결합한다. 처음에는 관심 없던 사람과 사물이 점점 친근하게 느껴진다. 브레인 구조가 바뀌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결합된 느낌의 장난 때문이다.


느낌의 출처는 내부 장기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데서 나온다. 항상성이 정서적 옷을 입으면 느낌으로 바뀌고 개념이 된다. 언어적 사고와 이미지적 사고가 생각이 된다. 이미지적 사고는 지구 생명체 40억 년을 지배해 온 진화의 과정 속에 등장한 생존 방법의 정수다.


지구 생명의 지난한 진화 과정이 있었기에 이미지로 학습하면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묘수도 발견할 수 있다.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도 다이아그램, 도표, 그림을 활용하면 더 쉽고 빠르게 각인시킬 수 있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생명 진화의 본류가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언어라는 감정의 정서가 섞이면 완벽히 대상을 정의할 수 있게 된다.


한 개체의 존재는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공진화하는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self라는 존재 자체조차 외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각각의 개체가 모여 사회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으며 느낌과 감정을 교류하며 공감을 형성하는 과정의 시간을 '산다'라고 한다. 공존은 다세포 생명체의 운명이다. 여러 세포가 모여 살아남으려면 옆에 있는 세포를 죽여서는 안 된다. 함께 살아야 한다. 에너지를 골고루 나눠 써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산소와 포도당을 분배하는 순환계 시스템이다. 에너지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시스템이다. 어느 한 세포라도 이 에너지 배분 시스템에 반기를 든다면 개체 전체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암세포가 그렇다. 암세포는 혼자 에너지를 독식하겠다는 심성이다. 결국 주변 세포도 죽이고 숙주까지 죽이고 공멸한다. 다세포 동물로 산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신비다. 그래서 다세포 동물은 기발한 전략으로 '함께 죽는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죽음의 탄생이다.


죽음이 신비한 것이 아니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것이다. 우주에서는 죽었다는 것이 일상적이고 살아있다는 것이 특이한 현상이다. 중중무진연기(重重無盡緣起 ; 우주는 단순한 평면적 연기 관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중 삼중 얽히고설킨 연기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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