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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7. 2024

모르는 것을 아는 순간, 진실이 됨을 경계하라

사람은 왜 내가 몰랐던 것을 접하는 순간, 그것이 진실일 거라고 생각을 할까? 그것도 확고하게 말이다. 대표적으로 찌라시라고 하는 정보지가 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확한 사실인지, 조작된 것인지를 판단하기에 앞서 일단 사실일 거라 믿어버린다.


왜? 내가 그 정보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진위여부를 판단하지 못하지만 일단 어떤 연관성이 있으니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는 근거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100% 믿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사실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기 때문이다.


모른다는 것,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이만큼 엄중하다. 사실이 왜곡되고 가짜뉴스가 만들어지지만 그것이 조작되고 잘못됐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한다. 내가 지금 보고 있고 손에 찌라지를 들고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닐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팩트를 체크하는데도 에너지가 든다. 일단 귀찮다. 힘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어떻게 사실확인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그것도 친한 친구로 받은 찌라지 정보나 주식정보는 100% 진실로 포장되고 받아들인다. 


"딴 사람 한데 말하지 말고 너만 알고 있어."에 홀딱 넘어간다. 사실 확인을 하는 순간, 친구를 배신하는 꼴이 된다. 정보의 진위여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바로 "너만 알고 있어"가 함정이다. 알다시피 그런 정보를 혼자만 간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술자리 술안주거리나 커피숍 잡담의 소재로 가볍게 소화되고 전달된다. 역시 "너희들만 알고 있어"로 말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전형적인 사례다.

나는 확신하고 믿고 있으니 그렇게 행동하고 받아들인다. 사실인지 아닌지, 가짜인지 진짜인지,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믿고 있으면 그것이 사실이 되고 진실이 되고 진짜가 된다. 전형적인 믿음의 오류다.


이 믿음의 오류는 확증편향으로 점점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내가 믿는 것 이외의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고 나쁜 것이 된다. 내가 진리와 진실과 진짜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알고리즘은 이 확증편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한번 검색한 단어를 쫓아 계속 비슷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그림자처럼 팝업창으로 상품 광고를 따라 붙인다. 저급한 인간본성을 끊임없이 부채질하는 상술이다.


그럼에도 그 상술에 넘어가 숏폼과 릴스와 같은 짧은 동영상 시청에 빠져들어 30분, 1시간을 정신없이 보내게 된다. 점점 더 자극적 영상과 재미있는 스토리에 빠져든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신 차리기 쉽지 않다.


머리를 흔들어 깨워야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이 안되면 일단 잠시 멈춰서 지켜봐야 한다. 당장은 입이 근질근질하여 옆에 전하고 싶을지라도 참아야 한다.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정보의 혼돈사회에서 어떤 정보에 대해 모르면 소외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소비되는 연예계 뒷담화 소식이나 정치계의 배신 스토리는 쓰레기일 뿐이다. 유명 연예인이 이혼을 했네 재혼을 했네 돌싱이 되어 다시 방송에 나오네와 같은 소문으로부터 관심을 꺼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지 둘러보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열면 어떤 콘텐츠가 줄줄이 올라오는지 살펴봐라. 플랫폼 기업의 상술을 욕하기보다는 그 상술을 역이용해보는 거다. 나의 최근 관심으로 검색한 내용들이 이런 것이었구나를 알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 심리다. 생존의 발로다. 알아야 생존에 유리할 것이다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처음 접했을 때 그것이 진실이고 진짜라고 믿게 되는 근원이 여기에 있다. 속지 않고 당하지 않으려면 팩트체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카더라'에 당하지 않기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보는 여러 채널을 통해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출처나 근거가 확실한지, 공신력이 있는 곳인지, 믿을만한 전문가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그래도 믿고 싶은 것만 믿을 테지만 오류의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모두 진실이 아닐 수 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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