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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08. 2024

알람시간보다 일찍 눈이 떠진다면

휴대폰에 아침 기상 알람은 왜 맞춰놓은 거지? 한두 번도 아니고 그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다. 뭔가 신체리듬에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을 터다. 왜 그럴까 예의주시해 본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휴대폰 속 알람은 항상 '5시 반'에 맞춰져 있다. 35년 직장생활동안 맞춰져 있었으니 굳이 알람을 맞춰놓지 않더라도 자동반응을 해야 할 경지에 이르러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시간을 맞춘다는 것이 35년 정도 가지고는 택도 없는 모양이다. 적응이라는 진화가 이렇게 더딘 사건임을 새삼 깨닫는다. 아니 진화의 시간에서 35년 정도는 일개 먼지일 뿐이다. 우주나이 138억 년, 지구 나이 46억 년의 틈에서 어찌 명함을 내밀 수 있을까만은 감히 들이대고 버텨보고 아우성쳐본다. 존재로서 인정해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은 맞춰져 있는 알람시간보다 무려 1시간 반이나 일찍 눈이 떠졌다. 그것도 정신이 말똥말똥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어제저녁 일찍 잠을 청한 것도 아니다. 보통 새벽에 알람시간보다 일찍 눈이 떠지는 것은, 전날 거실에서 9시 뉴스를 보다가 점점 기울어져 소파에서 졸거나 잠이 들었을 경우다. 그런데 어제저녁은 피트니스센터에서 2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10시에 돌아와 11시 반에 잠자리에 들어가 이불속에서 페이스북 콘텐츠를 보다가 12시 05분경에 잠이 들었다.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은 4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정신이 말똥말똥하여 휴대폰 속 시간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란다. "이거 뭐야! 4시밖에 안 됐네" "그런데 왜 이렇게 정신이 또렷또렷하지" 보통 아침에 눈이 떠지면 양치질을 하고 샤워를 하기 전까지는 비몽사몽 정신이 흐리멍덩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벌떡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냥 누워서 멀뚱멀뚱 시간을 보낸다. 알람시간까지 1시간 반을 더 자보려고 이불을 뒤집어써본다. 그래도 온갖 상념의 파도가 넘실대 잠이 오지 않는다. 30분을 더 뒤척여보지만 일어나 움직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샤워실로 향한다. 그리고 이른 출근길에 나서 전철역으로 가는 중간에 휴대폰 속 알람이 울린다. 


"이런 제길 휴대폰 알람은 왜 맞춰놓은 거야"

가끔 알람시간보다 일찍 눈이 떠지는 경우는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 아침이거나 골프 약속이 잡혀 있어 새벽에 일어나야 할 때다. 여름으로 시간이 갈수록 골프 티오프 시간이 빨라져 6시 반 7 시대에 티오프 시간이 잡히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골프장과의 거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집에서 새벽 4 시대에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특별한 사례로, 그래봐야 1년에 서너 차례밖에 안 된다. 이런 경우에는 동반자들과의 약속 때문에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강박관념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에 알람시간을 초월한 새벽 깨기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골프약속도 아니고 꿀맛 같은 새벽잠을 더 잘 수 있는 주말도 아니고, 평일 출근일에 평소시간보다 눈이 일찍 떠지는 횟수가 잦아진다는 것은 뭔가 시간을 감지하는 기능을 체크해 보라는 경고신호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뭔가 인지하지 못하는 고민거리가 쌓여가고 있어서일까?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한다. 특히 새벽잠이 말이다. 그런데 새벽잠이 없는 어르신들을 보면 대부분 초저녁에 잠을 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찍 잤으니 일찍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하지만 잠드는 시간이 평소와 비슷한데 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면 분명 신체 호르몬 흐름에 이상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뭐 나이 들면 방광 근육도 약해져 화장실에 가야 해서 일찍 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신체의 기능변화도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보다.


우스갯소리로 노인들의 잠이 줄어드는 이유가 "살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깝기 때문에 잠자는 것조차 아까워서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설령 그렇기야 하겠냐만은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호르몬 양의 변화를 감안해야 함은 분명한 듯하다.


그나마 나는 땅에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이다. 전철에서도 자리에 앉을라치면 뒷 창문에 머리를 대고 있으면 잠시 쪽잠을 잘 정도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은듯한데 잠 못 드는 경험을 해본 적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창 시절 공부하느라 밤새 본 기억도 별로 없다. 머리만 대면 자니 잠 잘 자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모른다. 


그러던 것이 요즘 가끔 알람시간보다 일찍 눈이 떠져 오히려 알람시간을 기다리는 형국이 되고 보니 '잠'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다행히 아직은 눈이 일찍 떠진다고 피로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량을 조절해봐야 하나 살짝 고민은 되나 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조심스럽게 지켜볼 일이다. 일찍 일어남에도 피로도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일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도 더 많이 잡아먹는다고 하는데 한발 먼저 움직일 수 있으면 그만큼 할 일에 대한 여유도 만날 수 있다. 휴대폰 알람이 나를 깨우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알람 울림을 먼저 끄고 먼저 움직일 수 있음이 행복한 순간임을 알아채야 한다. 일찍 눈떠졌는데 갈 곳이 없다면 얼마나 낙담할 것인가 말이다. 시간과 건강과 직장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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