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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14. 2024

일본여행중, 렌터카 시동이 안 걸려 난감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돌발변수들 때문에 가끔 긴장을 하게 됩니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이런 사건사고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으며 또 예측해서 대비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대처하고 대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그 긴장감은 같이 가는 사람들보다 두 배 이상의 부담감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부담감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따라가는 게 최곱니다. 낯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일정을 함께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 도 있지만 인원이 열명 정도되면 단독 패키지로도 여행이 가능하여 일정 조정 등도 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케어를 받는 게 좋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 일정 내내 같이 다니는 것이 불편하여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느는 추세이긴 하지만 약간의 호기와 건방이 작동함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일들은 부지기수로 벌어집니다. 항공기 결항 및 지연에서부터 수하물 분실, 여권 분실을 비롯하여, 예약을 하고 갔다고 했는데도 예약자 명단에서 빠져 있다거나 현지 지상 교통의 혼잡으로 인한 도착 지연 등 개인적인 부주의로 인한 사건 사고를 넘어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제일 문제가 바로 언어 소통입니다.


여행 중에 어디 호텔을 찾아가거나 식당을 가거나 메뉴를 주문하거나 등등 생활 일반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정도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전 세계인의 공통언어인 손짓 발짓과 통밥 넘겨짚기 등으로 대충 넘어가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지 언어를 몰라도, 대충 다니고 먹고 자고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안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상생활을 약간 벗어난 상황과 마주칠 때입니다. 이럴 때는 상황 설명을 정확히 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말이 안 통하면 어찌할 방법이 없는 난감한 상황이 됩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전체 여행 일정에 차질이 오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기분도 상하고 여행 전체의 분위기가 엉망이 됩니다.

지난 주말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를 거쳐 사세보, 야나가와 쪽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시다 정년퇴직을 하신 선배님 두 분과 함께 했습니다. 3명이서 가는 관계로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를 렌트했습니다. 버짓렌터카를 통해 도요타 코롤라 필더를 예약했는데 현장에서 받은 차는 동급의 4인승 마츠다 세단입니다. 뒷좌석 하나를 폴딩 하면 캐디백 3개와 보스턴 백을 모두 실을 수 있습니다. 주행거리도 1만 5천 km 정도 뛴 차량이라 거의 신형 차량입니다. (렌트 차량이 바뀌었을 때 뭔가 찝찝했는데 ㅠㅠ) 사실 이번 일본 골프여행은 퇴직하신 선배님들께서 진행하는 투어에 제가 고춧가루 끼듯이 낀 상황인지라 운전 및 전체 여행 예약 및 진행은 같이 가시는 선배님 한 분께서 준비하셨습니다. 일본어도 날아갈 듯이 잘하시는 터라 저는 후배로서 죄송하지만 궂은일 정도 시다바리하는 수준으로 따라다녔습니다. 사실 저는 일본어를 인사말과 밥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밖에 못 합니다. 그 정도는 일본말을 한다고 하면 안 됩니다. 아예 모르는 것과 똑같습니다.


아무튼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렌터카를 받고 숙소로 예약한 사세보까지는 잘 가고 잘 놀고 잘 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골프장까지도 잘 가서 골프도 잘 쳤습니다. 문제는 골프가 끝나고 온천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차가 시동이 안 걸립니다. 차 계기판에 시동버튼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 안내가 뜹니다. ㅠㅠ

"신형 렌터카인데 시동이 안 걸려? 이를 어쩌지" 온갖 잡생각이 떠오릅니다. 오후 일정이 틀어지는 것은 그렇다고 치고 당장 골프장에서 빠져나갈 수 조차 없습니다. 한국에서야 렌터카 회사에 전화하면 득달같이 교체 차량을 몰고 달려오겠지만 여기는 일본입니다. 렌터카 영업소에 전화도 안됩니다. 휴대폰이야 로밍을 했지만 문제는 통화가 안됩니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일단 시동이 안 걸린다는 것은 배터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거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차량 배터리 점프 캐이블이 있는지 문의하여 시동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다행히 골프장이라 케이블이 있습니다. 케이블을 연결하고 시동을 거니 시동이 걸립니다. 일단은 안심입니다. 시간을 한 시간 허비했습니다. 문제는 신형 차량인데 무슨 이유인지 배터리가 방전이 됐다는 것은 앞으로 남은 3일간의 일정 중에도 계속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차량을 바꾸기로 결정합니다. 숙소로 예약한 사세보 호텔을 반경으로 가장 가까운 버짓렌터카 위치를 검색하고 찾아갑니다. 지금부터는 2차 3차 대안까지 염두에 둡니다. 

다행히 숙소로 잡은 사세보 호텔이 기차역 근처였는데 기차역에 렌터카 영업소가 있습니다. 정비 엔지니어가 있는 영업소가 아니어서 계기판 사진을 찍어 문의를 하고 하는 과정에 시간이 초조히 흘러갑니다. 상황은 뻔합니다. 차를 대차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결국은 8인승 니산 세레나로 바꿔 줍니다. 이 차는 더 새 차입니다. 500km도 안 뛴 신형입니다. 차량도 SUV로, 시동이 안 걸렸던 차보다는 한 등급 더 비싼 렌터카입니다. 전화위복이 된 셈입니다. 니산 세레나로 예약을 했다면 렌트 비용 및 보험료가 20만 원 이상 더 들었을 겁니다.


여행 중 만나게 되는 이런 황당한 사건 사고는,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지만 현장에서는 당황스럽고 난감한 시간들의 연속이 됩니다. 그나마 어찌어찌 무난히 해결됐으니 망정이지, 시동이 안 걸렸던 장소가 골프장이 아닌 어디 시골 식당이거나 도로상에서 시동이 꺼지기라도 했다면 또 어떤 상황으로 전개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시작할 때는 여행자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차량 문제로 인해 3시간 정도 시간을 허비했지만 그래도 더 좋은 차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여행 추억을 또 한 켜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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