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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28. 2024

아는 만큼 보인다

알아야 보인다.

모르고 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와우! 멋진데!! 대단해!! great! wonderful!!"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아니 말이 아니고 그저 감탄사만 뱉을 뿐이다.

감탄사만으로도 족하다고? 에이~~ 그러기에는 너무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철칙이다. 시선의 수준이고 창의 높이다. 더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보고 더 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을 알아챌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의 다양성은 여행을 하다 보면 절실히 느낀다. 자연 풍광을 볼 때도 그렇고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한 발자국 더 들어가 보고 한 장 더 넘겨보아야 한다. 저 지층은 어떻게 켜켜이 쌓였는지, 암석의 성분은 무엇으로 되어 있길래 저런 붉은색을 띠고 있는지 알고 나면 지구역사가 퇴적되어 있는 장엄한 시간의 순간순간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욕망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위대한 건축물을 보고 그 건축물을 짓게 된 당시 상황과 배경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는 순간, 건물의 웅장함 속에 감추어진, 만든 이의 의도도 눈치채게 된다. 미술관의 그림을 바라보고 화가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번주 라스베이거스 여행 중 들른 스피어(sphere)라는 구 모형의 초대형 공연장에서 느낀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스피어는 관람객들에게 두 가지의 경험을 주고자 기획을 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내부에서 펼쳐지는 상영물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두 가지중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스피어 내부 상영관에서 펼쳐지는 영상물 'postcard from earth'는 영상 자체만으로도 경이롭기 이를 데 없다. 국내 대형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여주는 형태를 구 형태의 스크린으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이 인상이 너무 강렬하여 영상물을 보기 전에 체험할 수 있는 아트리움의 최신 과학기술 현장을 놓치는 듯하다.


아트리움에서 미래 과학기술의 첨단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기획자들이 왜 이 장치들을 설치했는지를 묻지 않았기에 뭐가 있고 무엇을 얻고 경험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그래서 알아야 하고 물어야 한다. 여기에 왜 이런 휴머노이드가 있고 이것들은 뭐 하는 것인지 궁금해해야 한다.

사실 스피어 아트리움에는 아우라(Aura)라는 다섯 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모두 관객들과 실시간 대화를 하는 로봇이다. 2년 전 생성형 인공지능 chat GPT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술이 문자가 아닌 대화로 의사를 주고받을 정도로 진화를 한 현장이다. 단순히 질문하면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아 조용하면 "나에게 관심 없냐?"라고 되묻는다.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유머와 농담도 섞어서 말을 한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휴머노이드들이 모두 특화된 주제가 있다. 연결(connection), 창조성(creativity), 혁신(innovation), 장수(longevity), 생산성(productivity)이다. 스피어 아트리움 기획자들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와 미래를 사는 인간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질 것인지를 키워드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신 음향시스템을 통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언어로 설명을 듣거나 악기의 종류별 음향을 따라 들을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있다. 서있는 위치에 따라 영어, 스페인어, 불어, 중국어가 분리되어 들리고 바이올린 현악기와 타악기 소리를 구분해서 들을 수 도 있다. 가수들이 대마초나 마리화나를 피고 약간의 환각상태에서 듣고 싶은 악기의 음률만을 들을 수 있다는 환상을, 기술로써 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스피어 아트리움은 최신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실제 체험할 있는 공간인 것이다. 시각을 압도하는 영상물에 눈이 팔려있으면 다른 한 가지를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다만 아트리움에 설치되어 있는 아바타 영상 촬영 장비를 통해 관객들의 영상물을 만들어 휴대폰으로 보내주는데, 관객의 모습에 이모지(Emoji)를 입혀 아바타를 창조해 주는 게 아니고 관객 모습에 배경만 입힌 영상을 만들어주는 정도여서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아마 계속 업그레이드된 영상촬영 기법이 활용되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에 놀라고, 무엇에 가슴 설렐 것인가? 알아야 감동도 오래가는 법이다. 기획자가 무엇을 내놓고 있는지 눈치채야 제대로 줍줍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한 발자국 더 들여놓고 한 페이지 더 넘겨보자.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그래서 시선은 현미경이 되고 망원경이 되어야 한다. 들여다보고 멀리 보는 만큼 세상은 경이롭게 펼쳐진다. 현미경과 망원경의 배율을 조정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나는 어떤 배율로 세상을 볼 것인가? 2차원에서는 3차원을 이해 못 하고, 3차원에서는 4차원을 이해할 수 없지만 거꾸로 4차원에서 3차원은 식은 죽 먹기고 당연한 것이 된다. 세상을 보는 시선은 그런 것이다. 차원을 달리 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있을 뿐이다. 알아야 한다. 물어야 한다. 그러면 시선의 높이가 달라질 것이고 따라서 세상도 달리 보이고 더 경이롭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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