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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04. 2024

지식인의 위선, 너는 이거 모르지?

지식인의 심장을 쥐어뜯는 단어가 있다. 위선(僞善 ; hypocrisy)이다. 겉으로만 착한 체하거나 거짓으로 꾸민다는 거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들키는 순간, 지식인의 가면은 땅에 떨어져 마구 짓밟힌다.


정치인의 위선이야 일상이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소위 우리 사회의 본류를 이끌고 있는 지식인들의 위선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비판적이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비판 관점을 이용하여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주요 키워드로 위선이 사용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위선에 대해서는 용서가 드물다. 한번 낙인찍히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인간 본연의 심성과 연결된 작동원리이기에 한번 위선이 드러나면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 위선적 인간은 열외적 인간이 된다.


지식인의 위선이 비판받는 점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지식인(知識人 ; intellectual)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지식인은 '높은 수준의 지성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계층을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아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입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일 수 있다. 단편적으로 무엇이 되었든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지식인이라고 할 수 도 있지만 단순하게 많이 아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더하여 교양과 인품을 함께 겸비하고 있어야 진정한 지식인으로 인정을 해주는 경향이 있다.


공부를 잘하고 해서 많이 알고 있는데 자신의 지식을 표출하는 데 있어 상대방을 개무시하거나 하는 사람은 인품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지식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공부를 통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인품까지 겸비하기가 어려운 데에는 바로 인간 본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의 경계를 못 넘어서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보다 못 한 지식을 가지고 설명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자기는 이미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기에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안 들어도 어떻게 전개될지 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앞에 있는 사람이 한심해 보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등장한다.


"저기요! 그건 그게 아니고요."라고 잘난 체의 장황설이 등장한다. 지식인의 우쭐 본능이자 더 잘 나 보이기 위한 인간 본성의 작동이다. 좀 더 많이 안다는 사람들이 쉽게 자제하지 못하고 설명에 끼어드는 이유다.


"너는 이거 모르지?" "그건 이렇고 이래서 이런 거야!"라고 부연설명까지 달며 자랑스럽게 계몽에 나선다. 남들이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목소리가 커지고 해설이 장황해진다. 어떻게든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에 등장하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지식인의 착각이다. 자기 같은 전문가는 모든 상황을 통찰해서 꿰뚫고 있고 세상의 모든 진실을 알고 있지만 개 돼지 같은 민중들은 잘 모르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방향을 제시할 테니 따라오라고 한다.  지식인의 착각이자 오만이다.


세상의 진실과 지식은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 지식인이 알고 있는 것은 무한대 속에 있는 일개 먼지의 개수 중 한두 개의 먼지를 더 알고 있을 뿐이다. 무한대의 공간에서 한두 개의 차이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지식을 많이 알고 적게 알고의 수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한 분야에서 남들보다 조금 많이 아는 수준일 뿐 다른 분야에서는 문외한인 게 지식인의 본모습일 테니 말이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허상일 뿐이다.


지식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지식인은 위선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하찮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본질적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위선에 빠지지 않는다. 고행하듯 자신을 신독(愼獨 ;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가 함) 하지 않으면 위선의 가면을 쓰는 유혹에 빠진다.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부적처럼 직시해야 할 문구가 '신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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