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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0. 2024

상속, 고민하지 말고 그냥 죽어라

살면서 가장 차별적인 것은 지식과 돈이다. 인종, 성별에 따른 차별도 있을 수 있으나 지식과 돈에 비하면 조금 비중이 낮은 듯싶다.


지식과 돈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없으면 없는 거고 있으면 있는 거며, 알면 아는 거고 모르면 모르는 거다. 대충 알고 대충 있고 가 없다.


지식과 돈 중에서도 차별화의 우선순위를 가리자면 지식이 더 편파적이다. 돈이야 무일푼에서부터 세계 최고부자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같은 사람의 천문학적 재산가치 사이에서 1달러 차이의 계층 구조만큼이나 많은, 다양성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돈이 하나도 없는 무일푼의 사람도 행복해 할 수 있고 억만장자도 불행해 할 수 있다는, 돈의 크기와 만족의 스펙트럼이 겹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하지만 지식은 다르다. 많이 알고 있으면 있을수록 만족의 크기도 같이 커진다. 많이 알아서 불행한 경우는, 글쎄 아주 예외적인 경우(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경우)를 빼고는 없지 않나 싶다. 많이 안다는 것은 다양한 변수들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변수에 대한 확실한 근거로 지식이 작동하니 생존과 존재의 확률도 같이 증가한다. 그래서 지식의 양은 월등한 차별을 갖는다. 아느냐 모르느냐는 생명의 존재 근원을 묻고 생과 사를 가르는 시작점이다.


아느냐 모르느냐가 돈의 크기를 정하기도 한다. 정보와 지식이 돈의 양을 결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번주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개편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세율이 어떻게 바뀌고 폐지되느냐에 따라 부동산을 팔아야 할지, 증여를 해야 할지, 아니면 나중에 그냥 상속을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바로 세율의 액수가 각각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 좀 있다고 하는 꼰대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세금이다.

아직 직장에 밥줄을 걸고 있는 사람들은 소득에 따른 세금을 회사에서 일괄 처리하고 정산해서 가용할 금액을 따박따박 통장에 입금해 주니 세금이 있는지, 내가 지금 어떤 세금을 내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산다. 급여에서 공제되는 보험료와 세금 항목을 살펴보자. 소득세, 주민세, 고용/산재보험료, 자가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가 빠져나간다. 보험의 특약처럼 나중에 돌려받는 혜택으로 돌아오는 항목들도 있지만 그것은 사건에 부닥쳐 내가 아프고 직장을 그만두거나 했을 때다. 혜택을 받을지 못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하기에 불확실에 대한 안전판으로 보험을 법적으로 강제로 들게 했고 나름대로 국민의 기본권을 유지하는 유효한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긴 하다. 혜택과 수급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여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슬슬 꼰대가 되어가는 시기가 되어 이것저것 꼬불쳐둔 돈의 양에 신경을 쓰는 순간, 세금의 양도 같은 무게로 등장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미 5월 말에 개인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했고 6월에는 1분기 자동차세를 납부해야 하며 7월에는 주택이나 건축물에 대한 재산세를 내야 한다. 하반기 들어서면 매달 납부해야 하는 세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매달 내고 처리해야 하는 세금의 순서가 그렇다. 물론 세금을 부과받을 만큼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재산이 현금으로 매달 조달되는 것이 아닌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최악의 경우는 집 팔고 땅 팔아서 세금 납부를 해야 한다. 땅 팔고 아파트 팔아서 생긴 이득에 양도소득세를 낸다거나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보유했다고 해서 그 가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제고할 필요가 있다.


며칠 전 같은 부서에 근무하다 퇴직하신 선배님들과 매달 모이는 정례회에서 식사를 하는 와중에 대화의 소재도 바로 이 세금문제였다. 그중에 증여서와 상속세 관련된 최근 논의도 도마에 올랐는데 한 선배님께서 단칼에 논쟁을 정리해 주셨다. 


"자식들에게 얼마나 나눠줄까 어떤 유산을 넘겨줄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죽어라"라는 직언이시다. 이 말 한방에 좌중이 정리되었다.


고민 고민해서 자식별로 사정 봐가며 나눠줘 봐야 만족할 놈 하나도 없단다. 나중에 증여분과 상속지분을 가지고 다시 자식들 얼굴 붉히고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단다. 그럴 바에야 아예 쓸데까지 쓰다가 아무 말없이 그냥 죽으면 자식들이 알아서 상속비율에 따라 나눠갖는단다. 자식들 간에 서로 군말 없이 아주 깨끗하게 해결되는데 괜히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머리 굴려봐야 소용없다는 일침이셨다.


참으로 그러하다. "그냥 죽으면 된다" 상속세는 살아있는 남은 자들이 알아서 처리할 일이다. 피상속인인 당사자는 그냥 훌훌 세상 떠나면 그만이다. 고민하지 말라.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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