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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4. 2024

세상을 보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할까?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본다.


기준(基準 ; standard)은 "기본이 되는 표준"이다. 행동이 되었든 생각이 되었든 자기가 그어놓은 상한선과 하한선의 어느 경계를 기준이라고 설정해 놓고 그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이 기준이 없으면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심지어 어떤 짓을 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이 기준은 언어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기에 공통의 공유가 가능하다. 법을 만들고 추상의 이상을 글로 써서 실체처럼 인식하고 공동의 지향점으로 삼기도 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자연을 지배하기 시작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기준을 잡고 난 이후에야 존재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군중들을 질서 정연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줄을 세워야 한다. 이때 줄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누군가 한 명을 지정해 '기준'으로 정하고 그 뒤로 서게 하거나 그 사람을 기준으로 "4열 종대로 헤쳐 모여!"라고 하면 된다. 기준은 집단 지향성의 시작점이다.


반대로 기준이 없어 벌어지는 어이없는 현상도 무수히 많다. 가장 많이 헷갈리는 것 중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난제다. 이 질문의 정답은 과연 있는가?


이 질문은 질문의 허울을 썼을 뿐 질문이 아니다. 바로 닭과 달걀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던진 질문이기에, 그럴 수 도 있고 아닐 수 도 있는 수렁의 무한궤도에 빠져버리게 된다. 달걀을 닭이 낳은 알로 정의 하느냐? 닭이 되는 알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조건을 명확히 제시하면 논쟁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기준을 정하지 않고 정의 내리지 못하는 애매함은 애매함을 낳을 뿐이고 필요 없고 쓸데없는 논쟁만 일으킬 뿐이다.

현재까지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지구에서의 모든 기준은 '태양은 움직인다'에 있다. 4 계절이 있네, 밤과 낮이 있네, 춥네, 덥네, 비가 오네, 눈이 오네 등등등 모든 자연 현상, 특히 생명 현상의 근원은 태양이다. 인간의 인지공간에 대한 기준점조차 태양으로부터 발원한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할 논거가 있는가? 태양 너머 신이 있고 다른 은하도 있다고? 태양을 끄고 다시 이야기해 보자. 무엇을 더 들이댈 수 있는가?


기준이란 그런 것이다. 정하기 나름이다. 정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정하지 않으면 존재로 등장하지 않는다. 바로 기준은 언어다. 아니 모든 학문, 모든 종교, 모든 철학, 모든 인간 행위는 모두 언어로 인하여 존재와 실체를 부여받는다. 기준 또한 그러하다. 언어로 관계를 정의해야 그때서야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시선의 높이를 맞춘다는 것이다. 같은 현상을 바라볼 때 각자의 해석과 감상으로 제각각의 기분을 뱉어놓으면 중구난방이 되어버린다. 그것을 방지하고자 기준을 정하고 명문화해서 명확히 해놓게 된다. 이때 기준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설령 개인적 기준 일 때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상대방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혼자만의 기준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그저 개인적 사견일 뿐이다. 


정해놓지 않으면 애매함을 명확함으로 끌어올 수가 없다. 기준을 잡고 용어를 정의하고 개념을 공유하는 일은 그래서 애매하고 두리뭉실한 안갯속에서 확실한 실체를 끄집어내는 행위다. 그때에서야 세상은 의미가 되고 그 속에서 실존의 위치를 알게 된다. 


모르니까 애매한 것이다. 애매하니까 헷갈리는 것이고 헷갈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헛소리 하고 한 이야기 또 하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기준을 알고 개념을 알고 용어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다는 지식만큼 불평등한 것은 없다.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기준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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