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육아

그 화난 손 내리라

by 박보리

새벽 2시경 불편한 듯 기지개를 켜며 부스럭거리고 끙끙거림이 오감으로 느껴져서 잠이 깬다. 이 정도 데시벨의 뒤척거림이라면 아직 5분 정도 눈을 감고 있어도 되지 싶다. 빠르게 눈을 떠 호흡에 문제가 없는지만 확인하고 다시 눈을 확 감는다. 귀는 여전히 긴장상태로 열려 있다. 아빠를 쫓아 보내고 성인용 큰 침대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자는 약 60센티 정도 되는 두 달 된 갓난아기 둘째 딸.


둘째 딸 방으로 밀려나서 자고 있는 남편은 멀리서 미약하게나마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코 고는 소리로 생사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이트를 하던 시절 아닌 아이들이 없던 시절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생사를 확인하는 수준의 대화와 교류를 하며 살아가는 부부라... 미안하지만 그 이상의 스킨십이나 끈적거림은 굉장히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전투 육아에 로맨스가 웬 말인가. 그럴 힘과 시간이 있다면 밥 수저를 한 스푼 떠 뜨는 것이 더 본능적이랄까.

조금 더 멀리 가장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걷어차고 웅크리고 자고 있는 그 녀석. 첫째 아들. 방울이 달린 양말을 신고 자서 이 녀석이 일어나서 돌아다니면 새벽녘이나 아침에 흡사 새소리가 삑삑삑 집안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는 다다다다다 최근 아빠가 자기 시작한 옆방으로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한층 위에서 자고 있는데 이런 소리가 들리고 장면이 한눈에 그려지는 기적 같은 아침을 거의 매일 경험한다.




자, 이제 남편이 회사를 갔다. 아기 때가 대롱대롱 둘째를 매달고 첫째 아침을 먹여주다가 둘째가 똥을 싸서 불편하다고 울어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첫째를 하이체어에 둔 채 잠시 둘째에게 갔다. 생식기와 엉덩이를 잘 닦아주고 밤새 답답했으리라 생각하며 기저귀를 닫지 않은 채 잠시 열어두는데 첫째가 밥을 스푼으로 퍼서 바닥으로 던지는 걸 보았다. 국이 사기그릇에 담겨 있어서 가서 저걸 멀리 놓고 올까 말까 하다가 보통 그릇은 던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기저귀를 마저 채우는데 쨍그랑!


이 녀석 국그릇을 던졌다. 엄마 입에서는 홍콩영화에서 나올법한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아마 옆집 앞집 뒷집 다 울려 퍼졌으리라. 애까지 연달아 울었다면 곧이어 영국 경찰까지 왔으리라. 엄마의 유치한 손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때릴 듯이 아들에게 갔다가 하늘로 올라갔다가 여러 번을 욱욱 왕복하더니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으로 손을 내리게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깨진 유리, 갓난아기, 2살 배기 아들 어떻게 최대한 빨리 수습할 것인가. 첫째를 때리지 않아서 울리지 않았음은 현명했다. 첫째가 울었으면 둘째도 울고 수습은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바닥에 흩어진 깨진 국그릇을 보며 생각했다. 방금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와이프 때리는 남자 같은 액션을 아이에게 취한 것인가. 아이 이걸 때려 말어. 마치 그런. 너무 유치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엄마의 기억이 맞다면 때려 말아 하는 그런 유치한 제스처를 욱하고 가져본 적이 없었다. 아들은 엄마를 어떻게 봤을까. 만약 때렸다면 어떻게 기억됐을까. 다행히도 둘째가 조용히 있어준 덕에 바닥 세재를 가져와 뿌려가며 깨진 그릇과 음식들을 바닥에서 닦아내며 화난 기운을 뱉어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자후. 음식과 그릇을 던지지 말라.


육아, 사랑하는 연인들과 같이 아이와 부모도 가끔 잠시 떨어져 있는 휴식이 필요하다.


아들아 엄마가 더 유치해지기 전에 유치원 잘 다녀오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