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흔들리는

너는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

by 박보리

일요일 아침, 아주 우아하게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테라스 카페에 앉아서 디카프 아메리카노 한잔, 신선하게 짠 오렌지 주스 그리고 작흐눈(이스라엘식 아침)을 먹는다. 햇살을 부수며 신선한 아침내를 풍기는 나뭇잎들이 눈부시고 아름답다. 어제까지 차로 사람으로 개로 바쁘던 이 하이스트릿이 시간이 멈춘 듯 바람에 춤추는 나뭇잎 말고는 고요하다. 한시도 다물지 못 했던 내 입도 기분 좋게 쉬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두 팔이 자유롭고 손가락이 그것을 기록하고 있다. 얼마나 가슴 뿌듯한 아침인가.


단지 두 아이와 남편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나온 것뿐인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가슴 한 켠에는 약간의 죄책감도 있다. 그동안 그렇게 소망하던 가족과 아이들이 내 손에 있는데 그 행복을 모르고 오직 탈출만을 꿈꾸는 철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그런 생각에 미치고 나면 살짝 우울해진다. 비혼에 잘 살고 있는 커리어우먼인 친구도 생각나고. 나는 이런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고 아내 자유시간 주느라 지금 집에서 애 둘 보고 있는 남편도 생각나고. 더 이상 날 찾지 말고 잘 살아라라는 말을 하는 엄마도 생각나고. 무엇보다 아빠 품에 안겨서 날 애처롭게 쳐다보던 둘째가 생각나서. 그런 표정으로 언젠가 엄마품을 떠날 네 모습이 오버랩돼서.


그래 우리 아이들 내 곁에 있을 때 잘해줘야지, 사랑을 듬뿍 줘야지, 하고 갑자기 연초 결심 모드가 된다. 그러면 또 눈부시게 햇볕에 부서지던 나뭇잎은 조금은 처량해 보이고 스산해 보이고 나도 그렇게 엄마로 쓰임을 다하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한다. 저 나무가 꼭 나 같구나 생각하면서 실컷 바람에 흔들리고 대지의 기운을 듬뿍 받았으니 어서 돌아가 내 푸른 이파리 같은 아이들에게 돌려줘야겠구나 하면서.


이 세상 흔들리는 모든 영혼들이

오늘은 그런 아침을 맞기를 바라며